미국 잉크젯 프린팅 장비기업 카티바가 잉크젯 프린팅 관련 특허를 대거 매입했다. 박막봉지(TFE) 장비와 차세대 공정 기술인 잉크젯 프린팅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허를 무기로 이 분야 기업간 기술 싸움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카티바는 최근 일본 기업의 잉크젯 프린팅 분야 특허 648건과 1건의 출원서를 사들였다.
카티바는 최근 회사 웹사이트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평판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특허 라이선스를 취득했다”며 “이번 특허와 라이선스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미국에서 발행된 특허를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어떤 기업으로부터 얼마의 비용을 지불했는지, 어떤 내용의 특허인지 등 구체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관련 업계는 일본 세이코 엡손의 특허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세이코 엡손은 1980년대 압전구동 방식의 피에조젯(PiezoJet) DOD(Drop-on-Demand) 프린터 방식을 선보이며 고화질 잉크젯 프린터를 범용화했다. 이후 압전구동 방식은 주요 기업이 사용하는 제조 공정, 재료 등에 따른 기술이 중요한 특허로 작용하고 있다.
세이코 엡손이 구현한 압전구동 방식은 피에조 소자에 의한 압력으로 잉크를 밀어내는 원리다. 필요한 때에만 잉크를 토출시키며 미세하게 잉크량을 조절해 표현할 수 있다. 일반 사무용을 넘어 정밀 제어가 필요한 산업용 시장에도 적용됐다.
엡손뿐만 아니라 영국 케임브리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CDT)도 유기물질을 잉크젯 프린팅으로 도포하는 기술을 오랫동안 개발했다. 2007년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고분자 유기물질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CDT를 인수했다. 관련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많지 않은 만큼 카티바가 전략적으로 엡손의 OLED 분야 특허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잉크젯 프린팅 기술은 8세대 이상 대형 규격 패널을 양산하는데 기존 증착방식보다 유리하다. 필요한 부분만 잉크를 분사하므로 재료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프린팅 방식이어서 공정에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잉크젯 프린팅 기술은 보통 프린트 헤드, 잉크, 시스템과 펌웨어 기술이 모두 갖춰져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카티바는 잉크젯 프린트 헤드 분야에서 세이코 엡손과 협력해왔으나 이번에 관련 특허를 매입함에 따라 기술력을 보강할 수 있게 됐다.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개발하는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박막봉지(TFE)용 양산 장비를 공급하는 LG PRI를 비롯해 증착 장비를 대체할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개발하는 도쿄일렉트론, 에스티아이, 유니젯 등이 경쟁사다.
이에 대해 카티바 측은 “어떤 기업의 특허인지 외부에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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