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스캐너, 내년 상반기 복수 제품 사용 가능

이동통신 신분증 스캐너
이동통신 신분증 스캐너

휴대폰 유통점에서 사용하는 신분증 스캐너가 현재 1종에서 내년 상반기 복수 제품으로 확대된다. 신분증 스캐너 도입 과정에서 경쟁입찰을 하지 않았다는 정부 지적을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 등 이용자가 수용했다. 정당성 논란이 사라지면서 명의도용 방지, 개인정보 유출 차단 노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이통 3사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복수 신분증 스캐너 사용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는 데 4자가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KAIT와 이통3사는 복수 스캐너 사용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연동 작업을 하고, 스캐너를 도입하는 유통점은 복수 제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현재는 A사 스캐너 한 종을 무조건 구매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신분증 스캐너 제도를 도입하면서 경쟁입찰을 하지 않고 A사 단독입찰한 것을 감사 결과 밝혀내고 KAIT에 통보했다.

단독입찰 문제가 해결되면서 신분증 스캐너 정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분증 스캐너는 휴대폰에 가입하려는 고객 신분증을 스캔해 행정안전부 정보와 대조, 완본이 맞는지 확인해주는 시스템이다. 정확한 본인확인이 가능하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원천 차단한다.

정부와 이통사가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결심한 계기는 201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B사 먹튀 사건'이었다.

B사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휴대폰 출고가에 육박하는 보조금(페이백)을 준다고 홍보하고 가입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결국 페이백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4000여명이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B사가 이 과정에서 쓴 방법이 신분증 사본을 메일이나 팩스로 받은 뒤 보관하는 것이다. 유사 사례가 줄을 잇자 신분증 스캐너가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정부 감사 결과를 근거로 신분증 스캐너를 근본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감사가 제도 도입 당시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신분증 스캐너 도입 당시 SK텔레콤과 KT가 A사 제품을 전국 대리점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민감한 전산시스템이라 복수 제품을 연동하는 게 단기간에 어렵다고 판단한 이통3사 전산전문가는 단일 제품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더욱이 복수 제품을 사용한다면 유통점마다 복수 스캐너와 시스템을 들여야 해 이중, 삼중 비용 부담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KAIT는 이통3사 합의 결과를 대행한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통3사는 당시 1만개가 넘는 전국 판매점이 사용할 신분증 스캐너를 자비로 구입해 보급하는 등 불공정 논란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3사는 웬만하면 동일 제품이나 시스템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3사가 동일 제품 사용에 합의한 것은 그만큼 새로운 전산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