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X(텐)이 국내 시장에 상륙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당초 우려되던 공급 차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싼 국내 출고가 탓에 국내 출시에도 해외 직구를 택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아이폰X 구입 어렵지 않았다
정보기술(IT) 전문 연구원은 우려하던 아이폰X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생산 수율 안정화'를 손꼽았다. 아이폰X 생산 수율이 안정된 이후 국내 판매가 개시, 물량 부족 현상을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휴대폰·전기전자 연구원은 “아이폰X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생산 수율 안정화 때문”이라면서 “조립 수율 개선은 물론 문제가 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3D센싱, 트루뎁스 카메라 등 생산 수율이 안정 궤도에 오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아이폰X 생산 수율 안정화에 힘을 보탰다.
미국 로젠블라트증권 장쥔 애널리스트는 아이폰X이 최근 일주일 동안 300만대 생산되고 있으며, 다음 달에는 생산량이 약 25%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품·협력사 생산 현황 등을 반영한 추론이다.
아이폰 분석가로 유명한 궈밍치 KGI증권 연구원도 아이폰X 생산이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궈 연구원은 “아이폰X 생산에 발목을 잡고 있던 페이스ID 구성 요소의 공급이 안정화됐다”면서 “페이스ID를 구동하는 트루뎁스 카메라의 도트 프로젝터 모듈 생산 수율은 80~90%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애플의 고도 마케팅 전략 가능성을 제기했다. '없어서 못 산다'는 시장 분위기를 조장, 소비자가 서둘러 제품을 구입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애플은 아이폰X 국내 출시에 앞서 이동통신사에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공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 있는 '원정 구매' 열풍
아이폰X이 국내에 정식 출시된 이후에도 해외에서 구입하는 소비자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우리나라가 아이폰 3~4차 출시국에 포함, 제품을 빨리 구입하려는 소수 소비자가 해외 직구 방식으로 '원정 구매'에 나서던 것과 대조된다.
소비자가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폰X 해외 직구에 나선 핵심 이유는 '가격'이다. 아이폰 관련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폰X 직구 이유와 과정을 담은 게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아이폰X 수요 일부가 해외로 빠져나갔을 수 있다는 근거다.
아이폰X 소비자는 “애플 미국 홈페이지에서 아이폰X 64GB를 직구했더니 공항 관세, 배송대행지 수수료 등을 모두 포함해 127만5540원”이라면서 “국내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는 가격(142만원)보다 15만원 저렴했다”고 소개했다.
다른 소비자는 “카드사 수수료 무료 이벤트 기간에 애플 미국 홈페이지에서 아이폰X 256GB를 주문했더니 총 지불 금액이 135만원도 안됐다”면서 “국내 판매가(163만원)를 고려하면 웬만한 중저가폰 한 대 값을 아낀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의 아이폰X 해외 직구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제품 출고가가 내려가거나 공시지원금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일러야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 직구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을 고려하면 10~30대 젊은 층에서 구매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8 先출시도 요인
이통 서비스 3사는 애플이 아이폰8, 아이폰8 플러스, 아이폰X을 연달아 출시함으로써 수요가 분산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아이폰8 시리즈와 아이폰X 초반 판매량은 전작 아이폰7 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대체로 저렴한 아이폰8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아이폰X 고객 일부를 흡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일부 유통점은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공격 마케팅을 진행, 아이폰X 구매자가 갤럭시S8·갤럭시노트8 구매로 전환한 사례가 일부 있었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신제품 출시에 삼성전자가 방어에 나서면서 시장에는 기대하지 못한 경쟁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8 시리즈 출고가를 내리고 색상을 추가하는 등 아이폰X을 견제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아이폰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갤럭시 스마트폰 체험 이벤트도 펼쳤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