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총장 신성철)가 화학 반응에 대한 인식을 바꿔 줄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광반응에 의한 화학 반응은 분자를 이루는 핵이 재배치되면서 이뤄진다. 전자가 운동하면서 발생하는 인력과 반발력이 핵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핵과 전자의 운동을 '보른-오펜하이머 가정'으로 설명했다. 전자운동이 핵 운동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관측돼 왔다.
KAIST 김상규 교수팀(화학과)은 두 개 이상의 전자가 상호작용에 관여한다는 예측에 따라 상호작용 양상을 '원뿔형 교차점'의 존재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규명했다.
원뿔형 교차점은 같은 분자 구조 안에 두 개 이상의 전자 상태가 공존(중첩)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자가 빛을 받아 높은 에너지를 갖는 '들뜬 상태'에서 원뿔형 교차점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2010년에 분광학 방법으로 원뿔형 교차점의 존재를 발견했다.
실험은 피코초(1조분의 1초) 시간분해능 분광법을 이용, 분자의 에너지와 반응 시간을 파악했다. 기존의 나노초(10억분의 1초) 분광법보다 훨씬 정밀한 실험이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화학 반응이 기존의 보른-오펜하이머 가정대로 하나의 핵-전자가 상호작용하는 경우와 두 개 이상의 전자가 관여하는 경우로 나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두 개의 경로가 반응 속도나 반응 생성물의 에너지 분포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김 교수는 “이번 성과는 화학 반응 분야에서 인류가 자연을 이해하는 저변을 넓히는 것”이라면서 “화학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제어 기술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