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가전을 연결하는 가정 내 '허브' 자리를 두고 TV와 냉장고, 인공지능(AI) 스피커가 각축전을 벌인다. 제조사와 관계없이 가전기기를 연결해야 하는 만큼 '허브'는 스마트홈 핵심 플랫폼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음성인식과 AI 기술을 내년 스마트 가전 신제품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어서 제조사 간 스마트홈 허브 쟁탈전도 예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하는 스마트 TV에 독자 AI 서비스인 '빅스비'를 적용한다. 음성과 빅스비로 연결된 생활이란 취지로 '커넥티드 라이프 위드 보이스' '커넥티드 라이프 위드 빅스비'라는 상표를 등록, 마케팅 요소를 적극 활용한다. 스마트 TV에 빅스비가 적용되면 음성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찾거나 재생할 수 있다. TV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른 기기 제어까지 가능하다.
스마트 TV 빅스비 적용으로 내년 음성인식 기반 AI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 기기는 3개로 늘어난다. 앞서 5월 스마트 냉장고 패밀리 허브에 빅스비를 적용한 삼성전자는 음성인식과 AI 기능 고도화 작업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패밀리 허브 3.0 출시를 앞두고 주방 가전 IoT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규모 기능을 적용할 것”이라면서 “다른 기기 간 연결성 확보뿐만 아니라 식재료 등 유통 플랫폼으로 기능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만과의 협업 성과물인 AI 스피커도 내년 출시 예정이다.

LG전자도 구글, 네이버와 협력해 개발한 AI 스피커를 출시했다. 내년에는 아마존 유통 플랫폼을 담은 스마트 냉장고를 북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주문하고 영상 콘텐츠를 감상하거나 다른 주방 가전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AI와 음성인식 적용 사례가 늘면서 어떤 기기가 핵심 허브가 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는 사용자에 가장 가까이 있는 기기가 언제든지 핵심 허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용 빈도와 편의성, 활용도 측면에서 주력 허브 기기는 1~2개 정도로 압축될 전망이다. 생활 공간에 따라 안방이나 거실을 중심으로 한 생활 가전 허브와 부엌을 중심으로 한 주방 가전 허브로 양분될 가능성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제품 대부분에 음성인식 기능이 적용되지만 실제 활용하는 핵심 기기는 냉장고와 TV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면서 “AI 스피커까지 가세하면 기기 간 허브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사와 관계없이 기기를 연결하는 표준이 스마트홈 '대명제'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 간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최근 오픈커넥티비티파운데이션(OCF) 등 사물인터넷(IoT) 표준 인증을 획득한 제품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개방형 스마트홈 생태계에서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기기는 다른 가전을 통합 제어할 수 있어 생태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제조사든 스마트홈 생태계에서 '메인' 가전 자리를 차지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기업들이 스마트홈 허브 자리에 자사 제품을 두기 위해 다툴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