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로봇랜드 조성 사업은 첫 삽부터 허술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민간 투자 개발 방식으로 이행키로 했다. 그러나 계약 미이행에 따른 해지 조항도 패널티, 소유권도 모호했다. 민간 투자 개발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 손을 놓았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인천시는 지난 2007년 정부 공모 사업에서 민간 투자 개발 방식으로 로봇랜드를 조성키로 하고 사업권을 따냈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와 한국연구개발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했다. 국비를 지원받게 됐다.
2009년에 SPC ㈜인천로봇랜드를 설립,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는 2010년 로봇랜드 조성을 통해 매년 40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고 연간 1만9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로봇랜드 부가 가치 유발 효과는 4조9000억원, 생산 유발 효과는 9조2859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2013년까지 로봇테마파크, 로봇대학원, 대규모 호텔과 상업시설 등을 짓겠다던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로봇산업지원센터와 로봇연구소(이상 공익시설)는 산업부와 인천시가 595억원씩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로봇랜드 조성 사업의 골자이자 테마인 놀이시설(테마파크)과 호텔 등 상업 시설은 민자 유치에 실패했다. 총 사업비 가운데 국비와 시비를 제외한 5514억원을 민자로 충당하겠다던 계획은 어그러졌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자 유치 실패가 첫 번째 문제로 거론됐다. 그러나 실상은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토지가가 높다 보니 투자 개발 매력이 떨어졌다. 중국에서 투자자가 찾아왔지만 흔히 말하는 '단가'가 맞지 않았다. 그동안 사업 완료일은 2013년에서 2016년으로, 2016년에서 2017년으로 연장됐다. 올해 역시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천시가 땅값을 과도하게 책정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영이 악화된 인천도시공사에 로봇랜드 조성 부지를 현물 출자하면서 값을 높였다는 것이다. 현재 로봇랜드 조성 부지의 평균 토지 가격은 평당 300만원대다. 인천시는 이에 앞서 간척 사업을 통해 로봇랜드 조성 부지를 마련했으며, 매립 비용은 2009년 기준 평당 15만원이었다.
더 큰 문제는 SPC가 손을 놓아도 산업부나 인천시가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데 있다. 이한구 인천시의회 의원은 “(SPC와의) 협약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계약 사항이 허술해서 해지 조항도 모호한 상태다. 민간 투자 유치라는 '일'을 하지 않아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SPC에 패널티를 부과할 수 없다.
이 의원은 “인천시 협약이나 계약의 맹점”이라면서 “언제까지 사업을 종료한다거나 종료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등의 조항이 모호 또는 명확하지 않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발목이 잡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인천시와 SPC 간 협약 당시 SPC 내 건설 투자자인 건설업체에 건축 부문 공사 우선권을 주도록 하면서 1000억원이 넘는 국·시비가 투입된 로봇산업지원센터와 로봇연구소는 수의 계약으로 시공사가 정해졌다. 1000억원짜리 국책 사업을 수의 계약으로 했다는 말이다.
SPC 측은 이 같은 협약 사항과 낙찰률을 근거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100원짜리 공사(1106억원)를 76원(낙찰률 75%·836억원)에 했다며 해당 공사로 이득을 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 조달청 평균 낙찰률은 87%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공익 시설의 소유권(운용권)을 두고 2년 동안 인천시와 SPC 간 분쟁도 빚어졌다. 민간 개발은 하지 않고 세금이 투입된 공익 시설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올해 6월 준공 이후 한 달이 지난 7월이 돼서야 인천시가 소유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SPC 관계자는 “협약 사항이 모호했고 공사 발주를 SPC 이름으로 하면서 분쟁이 빚어졌지만 현재는 마무리된 상태”라고 전했다.
10년 동안 민간 투자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문제에 대해선 “경기 침체 등 복합 이유를 들며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면서도 “기존 계획을 수정·보완해 로봇랜드 조성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인천시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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