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고속 슈퍼컴 개발 스타트업 천재의 추락…사기혐의 구속

일본 최고 속도 계산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를 개발한 스타트업 대표가 사기혐의로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5일 슈퍼컴퓨터 개발 스타트업 사이토 모토아키 '페지 컴퓨팅(PEZY COMPUTING)' 대표(49)와 스즈키 다이스케 사업개발부장(47)을 사기혐의로 체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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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개발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정부 지원금 4억3100만엔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NEDO)는 3~5년 내에 실용화가 기대되는 벤처기업에 대해 사업비의 3분의 2 범위 내에서 최고 5억엔(약 50억원)을 지원한다. 페지 컴퓨팅은 2013년 이 프로그램에 응모해 상한에 가까운 4억9900만엔을 지원받기로 확정된 상태였다.

사이토 체포가 일본 사회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그의 특이한 이력과 사업방식은 물론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한 실적 때문이다.

그는 20명 정도의 소수 정예 사원과 함께 막대한 개발비가 필요한 슈퍼컴퓨터를 개발한 것을 비롯해 업계를 놀라게 한 신기술을 잇달아 내놓아 '이단아' 불렸다. 잇단 개발 성과가 언론의 주목을 받아 공영방송 NHK가 사이토에 관한 특집방송을 준비 중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그를 닛케이 지구환경기술상 수상자로 선정하는 등 국가적 기대주로 꼽혀왔다. NHK는 그가 체포되자 웹페이지에 올렸던 '고독한 개발자'라는 기사를 삭제했으며 곧 내보낼 예정이던 특집방송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지 컴퓨팅이 개발한 슈퍼컴퓨터는 기기에서 나오는 열을 절연성 액체에 담가 식히는 '액냉식'으로 에너지 절약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교코(曉光)'로 명명된 페이지사 슈퍼컴퓨터는 초당 1경9000조회 연산이 가능해 일본 최고속 컴퓨터로 공인됐다. 지난달 발표된 세계 슈퍼컴퓨터 계산속도 부문 4위로 평가됐다. 특히 에너지 절약면에서는 획기적인 액냉식을 채택,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2014년 출판된 사이토 자신의 저서 등에 따르면 그는 니가타(新潟)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후 도쿄대학 부속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다 1997년 미국에서 의료시스템 개발법인을 설립했다. 귀국 후 2010년 자본금 500만 엔으로 슈퍼컴퓨터 개발회사인 페지 컴퓨팅을 설립, 잇따라 새로운 기술을 내놓았다. 그는 자서전에서 “실제로는 단 7개월만에 거의 제로 상태에서 슈퍼컴퓨터를 개발했다”며 “우리 일본인이 차세대 슈퍼컴퓨터를 개발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국비 1120억엔(약 1조1200억원)을 들여 후지쓰와 NEC 등이 개발, 한때 연산속도 세계 1위였던 슈퍼컴퓨터 '교(京)'의 후계기로서 페지사 슈퍼컴 등을 대상으로 계산성능과 소비전력 등을 비교·평가한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결과에 따라 후계기 개발 중단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어서 페이지사 제품이 후계기로 선정될 가능성도 있었던 셈이라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