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부품업계에서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이른바 '1조 클럽' 중견기업이 사라졌다. 2013년을 정점으로 한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매출이 크게 꺾인 여파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주춤해진 반면에 단가 인하 압력은 거세지면서 실적이 오히려 뒷걸음질하는 기업도 속출했다. 여기에 기술력이 높아진 중국산 부품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후광 효과를 업고 한국산을 빠르게 대체, 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체 가운데 대기업을 제외하고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설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2013년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파트론과 인탑스는 올해 매출 6000억~700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대비 매출이 약 40% 급락했다. 파트론은 핵심 제품인 카메라 모듈 사업을 중심으로 지문 인식 등 센서 모듈 사업, 자동차 전장 카메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꾸준히 '1조 클럽' 복귀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인탑스는 2013년 매출 1조5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외형이 계속 줄고 있다. 올해 매출은 1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워로직스, 엠씨넥스 등 카메라 모듈업계는 듀얼카메라 등 수요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다. 그러나 '1조 클럽' 달성은 여전히 어렵다. 성장세가 지속되더라도 3~4년 이후에나 1조 클럽에 도전할 수 있다. 중국산 저가 부품 공세가 심해지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다.
스마트폰 핵심 부품업체가 1조원대 매출 벽을 넘지 못하는 주요인으로 '중국 리스크'가 꼽힌다. 특히 올해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는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스마트폰 부품 업체 대부분이 자동차 전장 사업으로 외형을 확장했지만 사드 여파로 중국 내 한국 자동차 판매가 줄면서 동반 추락했다. 중화권 저가 제품의 약진으로 부품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바뀐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중견 부품기업의 부진은 시장 양극화를 불러왔다.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매출이 쏠리는 현상이 빨라지는 추세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대기업은 차별화한 고부가 가치 부품으로 올해 실적이 오히려 크게 개선됐다. 반면에 중견 부품 기업은 점차 공급 기회가 줄고 사업 다각화가 늦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스마트폰 부품 시장은 최근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주요 중견 부품 기업은 고가 프리미엄 부품보다 중저가 위주로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1.9%로 거의 성장하지 않고 판매 단가가 떨어지는 시장 성숙기에서 중견 부품업체가 1조원 매출 기업에 등극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부품 업체 대부분은 매출이 국내 대기업이나 중국 제조사에 쏠려 있는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숙제”라면서 “제품 다각화뿐만 아니라 시장 다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엔진은 멈출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스마트폰 부품 시장은 최근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주요 중견 부품 기업은 고가 프리미엄 부품보다 중저가 위주로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1.9%로 거의 성장하지 않고 판매 단가가 떨어지는 시장 성숙기에서 중견 부품업체가 1조원 매출 기업에 등극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부품 업체 대부분은 매출이 국내 대기업이나 중국 제조사에 쏠려 있는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숙제”라면서 “제품 다각화뿐만 아니라 시장 다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엔진은 멈출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