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된 사우디 억만장자 왕자 재산 2.3조 증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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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라비아 억만장자 왕자 알왈리드 빈탈랄이 지난달 초 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된 이래 그가 소유한 킹덤홀딩스(KHC) 시가총액이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나 증발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킹덤홀딩스의 시가총액이 85억달러(약 9조3000억원)을 기록해 알?리드 왕자 체포 이전과 비교해 20%나 급락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알왈리드의 순자산도 20억달러 줄어든 160억달러(약 17조5000억원)로 줄어들었다.

알왈리드는 사우디 실세 왕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제1왕위계승자 겸 국방장관이 지난달 초 시작한 반부패 숙청 드라이브로 전격 체포된 인물 중 한 명이다. 당시 왕자, 전·현직 장관 수십명이 체포됐다.

탈랄 알마이만 킹덤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왕자가 체포되기 이전에 이미 회사 경영에서 역할을 줄여왔고, 다른 경영진이 흔들림 없는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지 은행가에선 왕자의 부재로 킹덤홀딩스 기업활 동이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킹덤홀딩스는 알왈리드 왕자의 지분이 95%로, 그의 핵심 투자수단 역할을 해왔다.

FT는 한 소식통을 인용, 알왈리드 왕자가 횡령 의혹을 받는 재산을 국가에 내놓고 석방되는 것보다는 무죄를 주장하면서 법정 다툼을 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자유를 얻고자 당국과 타협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했다. 알왈리드 왕자에게 킹덤홀딩스 지분 외에도 수도 리야드 등에 광범위한 부동산이 있다며 부동산과 미디어그룹 로타나(Rotana) 같은 사우디 현지 기업들, 그리고 보유 현금 등이 당국과 합의의 대가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FT는 왕자뿐만 아니라 그의 측근들도 반부패 수사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자와 가까운 한 임원은 체포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해외출장에서 복귀하지 않고 있고, 또 다른 임원은 재산을 걸프 이외 지역으로 옮기는 계획을 짜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킹덤홀딩스는 알왈리드가 1980년 설립했다. 현재 트위터, 포시즌 호텔, 유로디즈니, 사우디 저가항공 플라이나스 등 국내외에 걸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알왈리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부도 위험에 처한 미국 은행 씨티그룹의 당시 최고경영자(CEO) 비크람 판디트를 공개 지지하며 보유 지분을 4%에서 5%로 높였다. 그는 나중에 이 지분을 킹덤홀딩스에 넘겼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