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직 군인 엄철우는 쿠데타 조짐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주동자를 제거하라는 밀명을 받고 개성공단에 잠입한다.
타깃을 찾아헤메던 중 북한 '1호' 지도자가 환호하는 군중 사이로 등장한다.
그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대량살상용 탄두 '스틸레인'이 쏟아진다. 탄두는 수십미터 공중에서 폭발해 수만개 파편을 지상으로 흩뿌린다. 군중 수천명이 동시에 쓰러지면서 개성공단 중앙광장이 피바다로 변한다.
엄철우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1호 지도자를 싣고 개성공단을 빠져나와 남한으로 향한다. 그를 살려야 쿠데타를 저지하고, 전쟁을 막을 수 있다.
강철비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으려는 '철우'라는 이름을 지닌 남·북한 동명이인 청년의 사투를 그렸다.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스틸레인은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Multiple Launch Rocket System)의 별칭으로 '집속탄'으로 분류된다.
로켓 폭발과 동시에 수류탄 크기 자탄 500여개가 동시에 폭발한다. 하나만 폭발해도 축구장 1~2개 크기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로켓탄 약 12발을 동시에 발사해 한번에 1만2000평이 넘는 면적을 한 번에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집속탄 속성상 민간인에게까지 무차별살상을 가할 수 있다며 대량살상무기로 규정했다. 집속탄 사용, 생산, 비축, 이송을 금지하는 '집속탄금지협약'이 2010년 정식 발효될 정도다. 다만 우리나라와 북한은 분단을 이유로 들어 모두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강철비에서 스틸레인 폭발장면은 도입부에 불과했다. 두 청년은 일촉즉발 상황에서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한반도가 전면전 직전 상황까지만 가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최신 무기와 전략 체계, 국제 정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스틸레인 폭발을 능가하는 끔찍한 장면이 이어진다.
영화는 시나리오에 근거했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강철비에서 주변 나라와 정치인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변화하지만 두 청년은 대화를 통해 함께 전쟁을 막으려는 동지로 성장하게 된다.
두 청년이 함께 전쟁을 막으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가족과 공공체가 모두 파멸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높아지는 한반도 긴장 상황을 두고 다양한 해법이 나오지만 일단은 무기를 내려두고 대화를 시도하는 일이 첫 번째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