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 유예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일부 조항이 새해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전안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소상공인 수백만명이 범법자로 전락하는 초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20일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재개하고 임시국회를 정상 가동하는 데 합의했다. 현재 법사위에는 전안법 개정안을 포함해 900건 이상 법안이 계류됐다. 계류 법안을 연내 처리하기 위해서는 올해 마지막 본회의 예정일인 22일 전까지 법사위를 통과시켜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안법 개정안을 비롯한 민생법안이 정치적 이슈 탓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새해 첫 날 690만명 이상 소상공인과 영세 사업자가 무더기로 범법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시행된 전안법은 KC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KC인증 표시를 하지 않은 전기용품·생활용품을 제조, 수입, 판매, 구매대행, 판매중개 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판매자는 판매 제품 마다 건건이 KC마크 시험 결과서를 보유해야 한다.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모두 적용 받는다.
소상공인들과 해외 구매대행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중소 사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아마존, 알리바바, 라쿠텐 등 해외 쇼핑 사이트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안법에 따르면 가죽, 원단 등 제품 소재도 일일이 KC인증을 받아야 한다. 건 당 수만원에 달하는 비용 탓에 취급 상품이 많을수록 경제적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해외 쇼핑 사이트는 KC인증을 받지 않아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유예 기간 동안 별다른 해법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업계가 문제는 인식했지만 뾰족한 해법이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및 해외 구매대행 업체 대부분은 연 매출 수천만원에 불과한 영세 사업자”라면서 “중소업체 비용 부담을 줄이는 한편 해외 업체와의 역차별을 방지하기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의원 의원 등이 발의한 전안법 개정안은 구매대행업자 및 병행수입업자 조항을 신설해 법 적용 대상 범위를 줄였다. 하지만 여야 대립 탓에 국회 파행이 계속되면서 법사위를 넘지 못한 상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연내 개정안 통과는 요원하다. 기존 전안법이 1월 1일 시행되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심리적·금전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는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면 '단속유예 6개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는 전안법 개정안 연내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 전방위로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달 24일 시작된 전안법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9일 기준 11만33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주요 포털에는 전안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커뮤니티가 개설됐다.
전안법 폐지 커뮤니티를 운용하는 안영신 글로벌셀러 창업연구소장은 “전안법 개정안이 정치적 이슈 탓에 발이 묶이면서 국민 안전과 소상공인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임시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