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부식없는 유연 신경전극 개발... '생체 연결 웨어러블 센서' 활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체내에서 부식되지 않고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유연 신경전극을 개발했다. 바이오 및 웨어러블 센서와 화학센서 분야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경전극은 체내에 삽입해 신경신호를 측정하거나 전기 자극을 가하는 장치다. 최근 미국에서 신경전극으로 식물인간을 깨어나게 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이상훈)은 금(Au)과 불소(F)계 고분자를 이용해 내구성을 대폭 높인 신경전극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ETRI가 개발한 새로운 유연 신경전극을 평가용 기판에 연결한 모습
ETRI가 개발한 새로운 유연 신경전극을 평가용 기판에 연결한 모습

신경전극의 필수요소는 내구성이다. 금속전극과 고분자 기판은 쉽게 접합되지 않아 크롬(Cr)이나 티타늄(Ti)과 같은 접착층을 사용하는데, 이들 금속은 체내에서 부식돼 내구성을 떨어뜨린다.

ETRI는 흡습성이 거의 없는 불소계 고분자 필름을 플라즈마 처리한 뒤, 금 전극과의 접착 성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플라즈마는 처리 표면을 화학결합에 적합한 나노구조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물리결합이 아닌 화학결합을 통해 접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고분자 필름을 녹는점 이하 온도에서 열압착해, 불소계 고분자 간 화학적 결합성능도 높였다.

신경전극 제작에 참여한 ETRI 연구진 왼쪽부터 김용희 시냅스소자창의연구실 책임연구원, 정상돈 실장, 박종길 연구원.
신경전극 제작에 참여한 ETRI 연구진 왼쪽부터 김용희 시냅스소자창의연구실 책임연구원, 정상돈 실장, 박종길 연구원.

ETRI는 이 기술로 직경 100마이크로미터(㎛)인 16채널 금 신경전극을 제작했다. 이 신경전극은 70도의 진한 질산에 1시간 이상 담가도 부식되지 않았다. 실험용 쥐를 이용한 간질 발작 신호 감지를 통해 성능도 확인했다. 실험은 원광대 기초의학팀과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ETRI는 앞으로 수백 채널 급 대뇌피질 삽입형 유연 전극을 비롯한 기기 공정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뇌신호 추출을 통한 신경망 시스템과 양방향통신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정상돈 ETRI 시냅스소자창의연구실장은 “앞으로 전임상 시험을 통해 장기간 생체적합성을 확인하고 임상에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국내외 뇌 기능의 이해 증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