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정부 공공SW 사업 선진화 방안, 실효성 위해 현실적 고민 필요

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선진화 등 SW산업진흥법 전면 개정에 착수했다. 고질적 문제로 악화된 공공SW 시장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어느 때보다 정부 의지가 강력해 공공SW 시장 개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 항목은 실효성이 우려된다. 업계는 법적 의무화로 실효성을 담보한 시장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SW사업 선진화 부분을 중심으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분석했다.

요구사항 상세화, SW과업심의위원회, 작업 장소 선택의 자유(원격지개발 허용), 민간투자형 공공SW사업 등은 실효성이 우려된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슈분석]정부 공공SW 사업 선진화 방안, 실효성 위해 현실적 고민 필요

◇제안요청서 상세화, 보완 필요

불명확한 요구사항은 공공SW사업 고질적 문제다. 사업 착수 후 잦은 과업변경 원인이다. 기술자 근로여건 악화와 수익성 저해 요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SW사업 발주 시 과업규모 산정이 가능한 상세 요구사항 작성을 의무화 할 계획이다.

내년은 법적 의무화가 아닌 권고 조항이다. SW산업진흥법 관련 지침서에 관련 내용을 반영한다. 공공 SW사업을 모니터링해 제안요청서 상세화를 준수하지 않은 발주기관에 지침을 권고한다. 2019년 SW산업진흥법에 명시하겠다는 방침이다.

SW업계 관계자는 “방향성은 맞다”면서 “그러나 실행 부분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내년 권고 수준인 제안요청서 상세화를 얼마나 지킬지가 미지수다. 2019년 법에 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전자정부 사업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다.

공공기관 발주 담당자 역량 부족도 한계다. 2년 주기로 순환되는 공무원 인사제도 때문에 전문성을 갖기 어렵다. 추진할 사업 과업 규모를 산정할 만큼 상세 제안요청서 작성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정보화전략계획(ISP) 의무화와 프로젝트관리조직(PMO) 도입 강화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업 추진도 부족한 예산으로 ISP와 PMO를 확대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본사업 예산만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법은 완성도 높은 제안요청서 작성지침과 발주기관 정보화담당자 역량 강화, 인사제도 개선 등이다.

[이슈분석]정부 공공SW 사업 선진화 방안, 실효성 위해 현실적 고민 필요

◇민간투자형 공공SW사업·원격지개발, 현실성 부족

민간투자형 공공SW사업과 원격지 개발은 현 개선안으로는 실현되기 어렵다.

공공SW사업에 선투자 할 SW기업이 없다. 투자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대부분 SW산업진흥법에 따라 공공사업에 참여를 제한받는다. 중견·중소기업은 연간 매출액이 많아야 10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대외 사업만 분리해 별도 법인으로 존재한다면 대기업 참여 허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가 문제인 것은 대내사업으로 수익을 확보해 대외사업에서 저가수주를 하기 때문”이라면서 “대외사업만 수행하는 대기업이라면 경쟁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민·관 매칭 펀드 형태의 공공SW사업 구성도 대안이다.

원격지개발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조항이다. 원격지개발을 추진한 사례는 강원랜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제안요청서에 원격지개발 허용을 명시했다가도 계약 시 취소된 사례도 많다. 발주기관 대부분은 관리 효율성을 이유로 원격지개발을 불허한다.

업계 관계자는 “법에 원격지개발 허용을 명시해도 예외조항을 만들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SW산업진흥법에 원격지개발 관련해 '국가기관 등은 사업자가 준수할 보안요구사항을 명시할 수 있으며, SW사업자가 제시한 작업장소가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는다. 발주기관은 보안요구사항이라는 명목으로 원격지개발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보안요구사항을 발주기관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W과업심의위원회, 현실적 구성방안 필요

SW과업심의위원회 구성도 정책으로만 그칠 우려가 있다. 정부는 기존 과업변경심의위원회를 과업심의위원회로 변경, 최초 계약 내용 대비 과업 변경 여부와 대가 산정 등을 심사토록 한다. 과업심의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 운영하도록 SW산업진흥법에 명시한다.

과업심의위원회가 수만개 공공SW사업을 모두 심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과업변경은 규모와 성격에 상관 없이 대부분 사업에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공공SW 사업 발주기관에 과업심의위원회를 설치토록 할 수도 없다. 기존과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아직 정부는 구체적 과업심의위원회 구성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해법으로 발주기관은 과업변경 시 조달청 나라장터에 모두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과업변경에 따른 대가산정 여부도 공개한다.

SW분할 발주는 시스템통합(SI) 사업자와 컨설팅 사업자 간 주장이 엇갈린다. SI사업자는 대부분 분할발주를 반대한다. 분석설계 단계에서 마련된 서류만을 가지고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명분이다. 속내는 분석설계 사업이 분할 발주되면 사업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컨설팅 사업자는 분할 발주를 주장한다.

SW영향평가는 공통 SW로 개발 후 여러 기관에 확대 적용하는 사업만 대상으로 해 효율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영향평가 등급을 세분화하는 것도 요구된다. 중견 IT서비스기업 대표는 “이번에 발표된 개선안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진다”면서 “개선안이 실효를 갖기 위한 현실적 고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