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빗발치는 청구서

[기자수첩]빗발치는 청구서

'청구서'가 빗발친다. 신용카드 이야기가 아니다. 문재인 정권 이야기다.

민주노총이 지난 19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점거했다. 4명이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청구서'를 내밀었다. 민주당의 집권은 민주노총 덕이라고 했다. 수감돼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수배도 풀어 달라고 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추진을 중단하라고 압박까지도 했다.

문재인 정권에 청구서를 내미는 곳은 민주노총만이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비정규직 노조도 가세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있다. 제주 해군기지, 밀양송전탑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 갈등을 빚던 곳에서도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청원게시판도 예외는 아니다. 여성계는 국가가 여성단체에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청원했다. 보육교사는 어린이집 평가인증도 폐지하라고 했다. 대형 병원의 여성 연예인 특혜를 조사해 달라는 청원도 있다. 청와대에 상주하는 기자단을 최소화하고 대통령 해외 순방 시 수행기자단 제도를 폐지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집권에 한몫했다고 자부한다. 모두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집권에 한몫했다고 자부한다. 공석인 정부 기관장 자리를 놓고 여기저기서 낙하산·코드 인사 소문이 나온다.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일반 네티즌도 예외는 아니다. 저마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 달라는 청구서를 내민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2015년 국정감사에서 산하기관장의 '정피아' 논란에 대해 “한국 정치 현실에서 선거를 끝까지 도와준 사람을 모른 척 할 수 없다. 우린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낙후된 우리 정치 현실이 이렇다 해도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순 없는 노릇이다. 들어줘서도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은 일부 지지자와 단체에 선물을 안겨야 하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40% 지지율로 당선됐어도 국민 모두의 정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