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19>세계 첫 리얼스마트팜 개발한 이정훈 서울대 교수

정훈 서울대 교수는 “리얼 스마트팜 기술은 무토양 농업으로 넥타이 매고 영농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농업 모델”이라면서 “앞으로 세계 농업혁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정훈 서울대 교수는 “리얼 스마트팜 기술은 무토양 농업으로 넥타이 매고 영농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농업 모델”이라면서 “앞으로 세계 농업혁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이정훈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농업계 스티브잡스'로 불린다.

그는 세계 처음 멤스(MEMS) 기술을 이용해 최첨단 '리얼 스마트팜(Real Smart-Farm)'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듯 나노기술을 이용해 식물 상태를 센서로 실시간 측정해 처방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지난 2월 텔로팜이란 주식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 대표이자 교수로서 1인 2역을 맡았다. 이 교수를 12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강감찬 텃밭 입구 '리얼 스마트팜'에서 만났다.

리얼 스마트팜은 50여평 규모 비닐하우스다. 하우스 안에 들어가자 풍경이 기존 스마트팜과는 달랐다. 우선 흙이 없다. 무토양(無土壤) 수경재배방식이다. 두 줄 받침대 위 화분에 심은 토마토 줄기에 링거를 꽂듯 주사바늘보다 가는 생체정보 센서를 연결해 놓았다. 마치 병원 입원실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입구에는 작물에 물과 비료를 공급하는 양액자동공급기를 설치했다. 토마토 받침대 중간에 노트북을 놓아 실시간 토마토 상태를 점검하고 물이나 영양분이 부족하면 자동으로 배액을 공급하는 곳이다. 재배 토마토는 128그루다.

이 교수가 하우스 안에서 밀짚모자를 쓰자 영락없는 농부였다. 이 교수는 “이 기술은 무토양 농업이어서 넥타이 매고 영농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농업 모델”이라면서 “앞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세계 농업혁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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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팜은 언제 설립했나.

▲지난 2월 21일 창업했다. 구성원은 11명이다. 이중 6명은 유급자고 5명은 무급이다. 대표인 나도 무급이다. 센서와 공정, 전자회로 개발자, 원예전문가가 구성원이다. 이상적인 팀 구성이다.

-멤스를 이용한 스마트팜은 세계 처음인가.

▲내가 아는 한 그렇다. 국내외에서 유용한 시스템이란 평가를 받았다. 왜 이런 기술을 일찍 개발하지 못했는지 의아하다.

-특허는 몇 건인가.

▲직접 개발해 받은 특허가 4건이다. 농촌진흥청 과제로 개발한 특허가 1건이다. 농진청 특허는 기술을 이전받았다. 추가로 특허 받을 게 10여건에 달한다.

-기존 스마트팜과 차이점은.

▲멤스 기술은 지난 40여년간 좋은 센터를 만드는데 최적 기술임을 여러 분야에서 이미 입증했다. 스마트폰에도 최소 10여가지 멤스 센서가 들어가 있다. 기존 스마트팜과 차이라면 멤스 기술을 식물재배에 이용한 점이다. 기존 스마트팜은 온도나 습도 같은 외부 조건을 식물에 맞추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식물 줄기에 머리카락 같은 마이크로칩 센서를 꽂아 식물체 내부 영양 흐름과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물과 비료를 공급한다. 비유하자면 의사가 병실 환자 상태를 측정해 처방하는 것과 같다. 센서가 소형이고 정밀해 가격 경쟁력이 있고 최적 생육조건을 조성해 작물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멤스 기술을 이용하면 낭비하는 배액이 전혀 없다. 만약 1헥타르(㏊)에서 하루 비료와 물을 30톤 공급하면 이중 10톤인 30%를 허비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낭비가 제로(0)다. 경제적이고 친환경 영농이다. 단점이라면 아직 초기여서 입증결과가 부족하다.

-멤스를 모든 작물에 다 적용할 수 있나.

▲지금은 토마토와 파프리카, 오이, 상치 같은 과채류에 적용하고 있다. 애기 장대와 같이 얇고 가는 식물에서 단단한 나무까지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용도로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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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비해 작물 생산성을 얼마나 높였나.

▲생산성에 관한 부분은 관악구에서 마련해 준 연구시설에서 측정 중이다. 이번이 세 번째 토마토 농사다. 두 번 토마토 생산성을 측정한 결과 20%가량 증가했다. 실험 재배 결과가 그랬다. 앞으로 농진청 산하 연구소와 함께 생산량 증가가 기존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할 예정이다. 우리 목표는 작물 품질이나 생산량에서 네덜란드를 추월해 세계기록을 세우는 일이다.

-농업용 센서는 어디서 만드나.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설계하고 제작한다. 모든 걸 내부에서 해결하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노동력 절감 효과는.

▲식물 생육상태를 센터를 이용해 컴퓨터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자동으로 배액과 물을 공급해 노동력 절감 효과가 크다. 농사는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경험축적 산업이다. 이제는 농업도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기술과 ICT가 융합해 첨단 신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농업도 대중화 시대다. 이번이 그런 기회다.

-이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비용은.

▲아직 신생기업이어서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센서만의 가격은 의미가 없다. 앞으로 전체재배 시스템을 턴키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 중이다.

-ICT 문외한은 어디서 교육을 받나.

▲별도 ICT 교육을 해야할 만큼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이곳에 견학 온 중학생들도 설명하면 금세 이해한다. 개발이나 설계 같은 전문 지식이 필요 없다.

-수출도 하나.

▲수출도 할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베트남, 중국 등지에 수출을 타진 중이다. 일본에서도 구입 문의를 해왔다. 새해 1월 15일 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세계미래에너지회의 차세대 농업부문 전시와 투자 유치에 초청을 받았다. 이를 기회로 사막 등지에 과채류 재배기술을 수출하는 글로벌 비즈니스에 나설 방침이다. 해외 기업과 협업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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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첨단 영농 수준은 농업선진국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통계로 보면 한국은 시설원예 면적이 중국 다음으로 넓다. 어디를 가나 비닐하우스나 온실을 볼 수 있다. 원예 수출도 많이 한다. 다만 ICT를 농업과 접목한 영농을 아직 네덜란드나 이스라엘에 뒤졌다. 앞으로 하드웨어만 모방할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따라 잡아야 한다. 우리가 농업 선진국으로 발전하려면 외국에 앞선 반도체 제조 기술을 농업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첨단 스마트팜 보급에서 보완해야 할 제도나 규제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면 테스트를 해야 한다. 농민들이 이런 테스트를 할 수 있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농가실증이나 시범사업에 최첨단 기술을 쉽게 적용하고 추진할 수 있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자금지원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보증하고 농민들이 적용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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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계획은.

▲하드웨어회사에서 데이터회사, 지식정보회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농업분야 세계 굴지의 첨단기업으로 성장해 사막이나 툰드라 같은 지역에서도 영농을 가능하게 하는 기업으로 발전하고 싶다. 차기 농업혁명은 우주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이미 UAE가 2020년에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공개한 바 있다. 화성에 인간을 보내 도시를 개발하려면 가장 중요한게 먹는 문제 해결이다. 우리 기술이 이 문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시에서 양복차림으로 채소나 과채류를 재배하는 새로운 농업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농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농업으로 인류 문화가 발전했고 신대륙 발견과 산업혁명이 가능했다. 앞으로 농업을 갖고 인류는 우주로 진출할 것으로 본다. 그 중심에 ICT 강국인 한국이 서 있다. 조상들이 지혜로 발전시킨 우수한 농업기술에 세계 강국인 반도체 기술을 융합해 인류 미래를 책임질 최첨단 농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농민들이 차세대 첨단기술에 관심을 갖고 영농에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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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이라고 하면 '재미있는 일을 다 한다'다.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나는 재미있는 일만 해 왔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 있는 기계는 모조리 뜯어봤다. 기계가 좋아서 공대에 진학했고 공대 교수가 됐다. 취미는 테니스와 스키다. 서울대 공대 테니스회 총무다. 언젠가는 안데스산맥 4000미터급 봉우리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올 생각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UCLA 대학원에서 멤스전공으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4년 서울대 공대 교수로 옮겼다. 그때 연봉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로 인해 다른 교수들은 연봉이 크게 올랐다. 2006년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텔로팜은 지난달 열린 '2017 대학창의적자산 투자유치설명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