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국내에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한다.
페이스북이 최근 국내 인터넷접속제공사업자(ISP)와 망 이용 대가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ISP는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제공하는 통신사·케이블TV다.
페이스북은 지금까지 국내 1위 ISP KT에만 소액의 망 이용 대가를 지불했다. 페이스북이 KT가 아닌 복수의 ISP와 망 이용 대가 협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은 ISP의 끈질긴 요구에도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전례 없는 행보는 포석 다각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는다며 무임승차라는 비판과 함께 국내 인터넷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지속되는 등 갈수록 악화되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 이유도 감안됐다. 즉 페이스북이 선보일 가상현실(VR) 서비스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새해 초 VR 서비스 '오큘러스 고'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 “10억명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공개한 제품이다. 유선이나 스마트폰과 연결하지 않고 자체 통신 기능을 내장했다. 트래픽 급증이 불가피하다. 영상이 느리거나 끊길 수 있다. 전송품질(QoS)을 보장받으려면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망 이용 대가를 내면 ISP가 운영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대용량 영상을 안정되게 전송할 수 있다. 지금은 자주 쓰는 정보도 매번 해외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
ISP 관계자는 “VR에 사활을 건 페이스북은 영상 QoS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오큘러스 고' 출시가 임박해 망 이용 대가 협상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큘러스 고' 출시가 2월이어서 1월 안에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캐시서버 설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종전과 달리 ISP와의 상생을 택하면서 파급 효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구글(유튜브)이나 넷플릭스 등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구글은 VR 사업에서 페이스북과 라이벌 관계에 있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정보전송경로(라우팅)를 임의 변경, 이용자 피해를 끼친 혐의로 정부 조사를 받고 있다.
김경진 의원(국민의당)은 “페이스북의 망 이용 대가 지불로 비로소 통신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정상화될 계기를 맞았다”면서 “무임승차하고 있는 유튜브 등 다른 해외 사업자들도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도록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