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경제 시대 대응을 위해 병원을 둘러싼 다양한 규제 개선 요구 목소리가 높다. 의료·바이오산업 '허브' 역할을 위한 병원 투자 유입, 인허가 간소화, 데이터 활용 등 혁신적 규제개선 전략이 요구됐다. 정부도 의료 서비스 질 고도화와 의료·바이오 육성을 위해 규제 개선 검토를 약속했다.

22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재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전국 병원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국 주요 병원장과 연구개발(R&D) 책임자가 참석해 의료기관을 둘러싼 의료·바이오 분야 규제 개선 요구를 주문했다.
병원업계는 아이디어 발굴, R&D, 상품화, 창업, 투자 유치 등으로 이어지는 산업 선순환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요자인 동시에 공급자인 병원이 생태계 중심에 있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재찬 경북대병원 연구부원장은 “의료 산업화 아이템은 일반 기술과 비교해 산업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워 외부 투자 유치가 힘들다”며 “기술을 사장시키지 않으려면 수요와 가능성을 가장 잘 파악하는 병원이 투자를 해야 하는데, 각종 규제와 낮은 수익성 한계로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영혁 삼성서울병원 연구부원장은 “삼성서울병원은 재단, 공익, 사회복지법인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목적사업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수익사업만 가능하도록 정관에 명시됐다”며 “연구 끝에 맺은 결실이 고도화되도록 산업화에 대한 재투자가 이어져야 하지만, 연구목적만 가능하기에 성과가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대학병원은 대학 부설기관이기 때문에 직접 특허를 소유하지 못한다. 제품, 서비스 사업도 제한된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외부 투자 유치는 물론 수익을 산업화 관련 재투자도 금지된다.
박경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은 “서울대병원은 특수법인이며 학교 부설기관이라 교육부가 관할한다”며 “산업화 지원을 위해서는 창업지원 부서를 넘어선 산단 지주회사가 반드시 필요한데, 규제개선 논의는 수년 째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료기관 규모별로 역할을 정의했다. 대형병원은 단순 진료나 수술이 아니라 희귀·난치병 치료제 개발과 의료·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R&D 기관으로 명시했다. 연구중심병원 전환을 강조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변화할 여건부터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간단하지만 연구자가 큰 불편을 겪는 규제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민수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장은 “정부에서는 환자만 진료하지 말고 연구에 힘써 체질변화를 요구한다”며 “병원 수익이 절대적으로 환자에서 나오는데, 연구로 인력을 전환할 경우 발생하는 금전적 손해를 정부가 지원해 주느냐고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형회 부산대병원 연구부원장은 “병원에서는 다양한 의료기기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음에도 임상시험을 수행하려면 엄격한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위험성이 떨어질 경우 병원 안에서 신속하게 임상시험을 하도록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말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혁신성장 틀에서 보면 바이오산업은 가치가 높으며, 향후 바이오경제가 한축을 담당할 것”이라며 “병원이 혁신성장 거점이 되도록 관련 부처와 협의해 규제 개선을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