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아이폰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렸다고 인정한 이후 아이폰 이용자 반발이 거세다.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상술이라며 애플의 비도덕성 행동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기기 결함 논란에도 애플의 입장을 이해해 온 아이폰 마니아도 등을 돌릴 정도다.
아이폰 성능 저하 문제가 불거진 이후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와 팀 쿡 애플 CEO가 비교되고 있다. 폐쇄형 경영 방식은 둘 다 비슷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에서는 대조된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스마트폰도 완벽하지 않다.”(We're not perfect. Phones aren't perfect) 2010년 7월 '아이폰4 안테나 게이트'가 발생했을 당시 애플 CEO 잡스가 한 말이다. 잡스는 잘못을 즉시 인정하고 사과했다.
쿡은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소송이 제기되자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친구, 직장 동료, 가족과 함께 즐겁고 평화로운 휴가를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었다.
아이폰 성능 저하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아이폰 이용자는 분개했다. “쿡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댓글이 쇄도했다. 아이폰 이용자가 느끼는 감정과 쿡이 트위터에 남긴 글 사이의 괴리감은 분명했다. 끝내 쿡은 대답하지 않았다.
잡스는 아이폰 이용자가 등을 돌리려 할 때 사태를 수습했고, 쿡은 문제를 언급하는 것조차 꺼렸다. 둘은 분명 달랐다. 쿡이 애플 CEO를 맡은 지 6년 4개월이 지났지만 잡스의 그림자를 완벽히 지우지는 못했다. 자존심 상할 일이다.
영화 '킹스맨'에 나오는 대사 가운데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가 있다. 잡스의 매너는 아이폰 이용자들의 신뢰를 형성했고,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쿡이 애플 CEO로서 매너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잡스를 그리워하는 아이폰 이용자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