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계는 2017년 어느 때보다 정책·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네이버, 카카오 등 양대 인터넷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가세하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역차별 문제는 국내 인터넷산업의 고질적 문제다. 국내 인터넷기업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불만이 가득했다. 조세회피, 음란·폭력 게시물에 대한 내용 규제, 이용자 정보 활용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국내 기업이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네거티브 규제로 패러다임 전환을 약속하면서 규제 완화가 역차별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 공약과 달리 야당 중심으로 포털 규제론이 대두되면서 역차별에 대한 우려가 불어났다. 네이버 스포츠판 기사 재배치 사건은 포털 규제론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네이버가 내부 인력을 통한 뉴스편집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강한 정치적 압박은 그치지 않고 있다.
국내 인터넷기업이 생존 위기를 느끼게 된 점도 역차별 개선 목소리를 높인 요인이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해외기업 서비스 지배력은 강화되는 추세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9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앱은 유튜브로 집계됐다. 유튜브 앱 총 사용시간은 전체 사용시간 11.5%를 차지했다. 페이스북은 5위를 기록, 네이버와 카카오 뒤를 바짝 추격했다.
지배력 강화는 수익 확대로 직결된다.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유튜브와 페이스북 합산 점유율은 67%까지 치솟았다.
국내 인터넷기업 불만과 위기감은 네이버 구글 간 논쟁으로 이어졌다. 다른 기업과 달리 총수, 대표 모두 국정감사에 소환, 규제 표적이 된 네이버는 역차별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구글은 네이버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는 공식 입장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네이버는 사업상 민감한 망사용료 정보까지 공개하는 강수를 두며 구글 측에 국내 매출, 고용, 투자 등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정책 공방만큼이나 새 먹거리 인공지능(AI) 영역에서 경쟁도 치열했다. 검색 서비스 경우 이용자 텍스트에서 사진, 음성 등 인식 검색으로 진화하면서 AI 중요성이 부각됐다. 네이버는 AI 플랫폼 '클로바', AI 대화 시스템 '네이버 아이(i)', 찍어서 검색하는 '스마트렌즈' 등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는 AI 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AI 부문과 AI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다.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도 공개했다.
스마트홈 중심으로 각광 받는 AI 스피커 경쟁도 가열됐다. 네이버는 '웨이브'와 '프렌즈', 카카오는 '카카오미니' 등 자체 스피커를 출시했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 체제도 구축했다. AI는 향후 다양한 환경과 서비스로 확대될 전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통신사, 건설업체, 전자기기 제조업체 등 다양한 사업자와 사업협력을 늘리는 중이다. AI 기술과 기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단순 서비스가 아닌 AI 생태계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