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책임경영 '뒷걸음질' 사외이사 '거수기'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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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비율이 수년 간 감소 추세를 보이는 등 책임경영이 사실상 '뒷걸음질' 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26개 대기업집단 계열사(1058개사)를 대상으로 '2017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배구조 현황 분석, 공개를 통해 기업경영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이 적절하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가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21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17.3%(165개 사)로 전년 대비 0.5%포인트(P) 감소했다.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은 2012년 27.2%에서 2014년 22.8%, 2016년 17.8%로 수년간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으면 경영권을 행사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책임경영에서 점차 멀어지는 모습이다.

대신 총수일가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와 대기업집단의 주력 회사에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됐다. 지배구조에 정점을 이루는 이들 기업에 이사로 등재된 비율은 평균 40%를 훌쩍 넘어 전체 평균(17.3%)보다 월등이 높게 나타났다.

또 외견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실질적 운영 측면에서는 미흡했다.

상장회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50%를 넘어서고, 각종 위원회 설치 비율이 상승했다. 특히 총수일가 이사들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집중적으로 참여했다.

이는 이사회 운영 결과에서 사외이사가 총수일가의 '거수기'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했다.

지난 1년간 이들 집단 이사회 안건 4361건 중 사외이사 반대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고작 17건(0.39%)에 불과했다. 3건은 부결, 6건은 조건부 가결, 보류 4건, 수정의결 4건 등이었다.

공정위는 “사외이사 견제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총수일가 이사들이 위원회 중 특히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집중적으로 참여하는 현상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 권리 행사를 위해 도입한 전자투표제도 도입률에 비해 실효성은 높지 않았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급증했으나 실시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이외에도 해외 기관투자자는 국내 기관투자자보다 반대비율이 5.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 건 등에 해외 기관 반대 비율이 높게 나왔다.

공정위는 “국내 기관투자자가 해외 기관투자자에 비해 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는 원인에 대해 체계적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 이사등재 된 총수일가의 이사회 위원회 참여 현황 >

(단위: 개 사)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책임경영 '뒷걸음질' 사외이사 '거수기' 우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