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보기술통신(ICT) 업계의 역차별 해소를 위한 법안이 발의된다. 법안은 해외 인터넷사업자 규제를 위한 역외 적용 조항을 추가하고 국내 대리인 지정을 통해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인터넷업계에서는 법안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역차별 해소를 이유로 전체 인터넷 산업의 규제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27일 '뉴노멀 시대의 국내외 역차별, 해결책은?'이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입법 공청회에서 “국내에서도 구글, 애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의 시장 잠식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기업 간 형평성을 맞춰 공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내년 2월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은 인터넷 역차별 해법으로 글로벌 인터넷 기업에 대한 역외 규정 원칙 적용과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도입이 핵심이다. 개인 정보 수집 등 한국 이외 지역에서 이뤄진 행위라 해도 우리나라 시장이나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한국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규제 실효성 확보 방안으로 국내 대리인 지정을 명시, 소통과 피해 구제 창구를 명확하게 한다.
발제를 맡은 최경진 가천대 교수가 제안한 역차별 해결 방안도 이와 동일하다. 최 교수는 역외 적용 규정 신설,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도입, 해외 사업자의 자발 참여를 독려하는 인센티브 마련 등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시장 규제가 아니라 이용자 보호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해외 기업 규제를 위한 설득력이 강해진다”면서 “현재 독점규제법 이외에 명문 규정이 없는 국내외 동등 규제 원칙을 명확히 천명, 해외사업자 규제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업계는 역차별 해소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개정안이 여전히 규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역외 적용을 명시해도 해외 국가가 공감하지 않는 법을 따를 가능성은 희미해진다.
개정안은 방송통신발전기금, 경쟁상황평가 등 인터넷기업(부가통신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뉴노멀법'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가통신사업자를 별도로 규정해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가하는 뉴노멀법은 미국 등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공정 경쟁은 대부분 국가에서 동의하는 보편 가치이기 때문에 역외 적용이 가능했다.
대리인 제도 도입도 역차별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국내에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고정사업장에 해당하는 서버가 해외에 있어 규제 집행력이 떨어진다. 대리인을 의무화해도 국내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영세한 사업자에게만 추가 효과가 발생한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역차별 해소라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실행력 담보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면서 “역외 적용 규정이 있어도 국내에 서버가 없는 사업자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지, 해외 기업의 국내 매출이 제대로 산출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역차별 해소를 위해선 규제 확대보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혁신과 공정 경쟁 생태계를 모두 조성하려면 글로벌 기업 규제 강화가 아니라 국내 기업을 진흥, 균형을 맞춰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역차별 해소에는 공감하지만 해결 방안이 규제뿐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인터넷 서비스는 시장 획정이 어려워 경쟁 상황 평가 도입은 무리”라면서 “역차별을 해소하는 궁극의 해결책은 규제보다 국내 인터넷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진흥 정책”이라고 역설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