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전속 거래를 강요하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부당한 전속 거래로 특정 대기업과 거래 의존도가 높아져 중소기업 협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해결될 지 주목된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로 피해를 본 하도급업체는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고소·고발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피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배상 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판단하고 이번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7월 가맹, 8월 유통 분야 대책 발표에 이어 세 번째로 내놓은 '갑을문제 종합 대책'이다.
공정위는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자신과만 거래하도록 억압하는 행위(전속 거래 강요 행위)를 하도급법상 별도의 위법 행위로 명시, 금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고, 내년 초 국회를 통과해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소속 회사(2016년 기준 1980개)를 대상으로 2년마다 전속 거래 실태를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속 거래 강요는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하도급 업체의 판로개척 등 자생 성장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하도급법을 개정,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한다. 전속고발제는 공정위만 검찰 고발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전속고발제 폐지로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본 업체는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원사업자를 고소·고발할 수 있다. 기술 유용 시 손해 배상 범위는 현행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확대한다.
공정위는 소규모 하도급업체 간 담합을 예외로 허용한다. 수급 사업자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소규모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와 거래 조건 협상 과정에서 행하는 공동 행위는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한 담합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한다.
대기업은 1차 협력사와 대금 결제 조건 공시가 의무화된다. 1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 지급 기일·방식 등 하도급 대금 결제 조건을 공시하도록 해 2차 이하 협력사가 협상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술 자료 유용, 보복 행위 등 법 위반 금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부과하는 정액과징금 상한을 종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한다. 부당 위탁 취소, 부당 반품도 고발 대상 추가를 원칙으로 하는 한편 보복 행위를 3배 손해 배상 대상이 되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27일 사전 브리핑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을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은 문재인 정부 전체의 중요 과제”라면서 “범정부 차원의 협업 체계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