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지티브 규제 체계를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바꿔서 금지된 것 몇 가지 빼고는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요즘 올림픽 종목도 가능한 한 룰을 단순화해서 자유롭게 하게 해 줍니다. 그 대신 도핑이나 반칙은 엄하게 규제합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18 신년인터뷰' 내내 규제 개혁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역설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8일 이뤄졌다.
박 회장은 “규제 개혁이라는 단어가 너무 오랫동안 사회에서 인구에 회자되고 언급됐는데도 큰 변화가 없어서 그런지 좀 둔감해진 것 같다”면서 “이것은 정말로 심각한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이겠느냐”면서 “중국보다 우리나라 규제가 더 많아서 불편하다면, 특히 새로 생기는 산업이나 중대한 변화에 대해 규제의 벽이 아직도 더 많다면 이해가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한탄했다.
국민 생명과 안전 관련 규제는 지금보다 강화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산업 분야에는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표한 세계 혁신 기업 50개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은 하나도 없고 중국은 7개, 미국은 31개나 된다”면서 “테크앤드로가 세계 100대 혁신 기업을 뽑아 그 사업 모델이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겠는가 알아보니 절반이 훨씬 넘는 사업이 불가능했다”고 소개했다. 박 회장은 “규제를 좀 쉽게 보면 '중국에선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한 규제가 무엇인지 찾아봐서 다 없애자'하는 이런 파격의 생각을 하면 상당 부분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규제 개선이 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 에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박 회장은 “(최저 임금 인상으로)인건비가 올라가서 일자리가 준다면 다른 쪽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일을 벌이기 쉬운 구조로 만들면 신규 창업도 늘고 해서 (일자리가)늘 것”이라고 제시했다.
올 한 해 경기와 관련해 박 회장은 지난해 말 경기 회복 온기가 국내에 돌기 시작했고, 이 온기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마찰과 미국의 금리 인상, 북핵과 중동 위기 등 지정학상의 리스크 등은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의 노동 정책과 최저 임금 인상 등에는 기업 입장을 감안, 탄력 적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회장은 정부 정책 방향과 문제의식에 큰 틀에서 인식을 함께한다고 전제한 뒤 “우리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렵고, 영세할수록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현실 문제를 좀 더 탄력성을 발휘해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우리 사회가 더욱더 소통하고 화합할 것을 당부했다.
박 회장은 “사회가 진보와 보수를 따지기에 앞서 기득권자의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 그러면 변화가 어려워진다”면서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하게 하려는 노력보다는 미래를 위해 설득하고, 대신 기회를 자꾸 만드는 쪽으로 옮겨 가자.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법보다 중요한 것이 구성원 간에 통용되는 규범이다. 대립과 불통에서 이제는 소통과 화합·협업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