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우리나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산업계가 큰일을 해냈다. 같은 크기에서 10%나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는 현존 최고 기술 'NCM811 배터리'가 우리 기술로 개발돼 우리 전기차에 실리게 된다. 우리나라가 가장 앞선 전지 기술인 리튬이온전지의 정점을 맨 먼저 찍은 것이다.
이는 일본·중국과 벌이는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 경쟁에서 한발 앞서는 것과 동시에 세계 주요 전기차 메이커들이 지켜보고 있는 전기차 수요 시장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다시 중국 시장 진입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이 고무된다.
이 기술을 맨 처음 적용하는 기아차 '니로EV'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이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친환경차 확대 전략이 한국산 배터리의 최신 기술과 함께 출발한다는, 세계에서 인기 높은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도 한몫하는 복합 의미를 내포한다.
중국 SUV 전기차 시장을 타진할 수도 있고 장기로는 북미 SUV 전기차 시장 등으로 확장해갈 수도 있다. SUV는 마력과 함께 주행 거리가 중요한 경쟁력 요소다. 같은 크기로 10% 이상 더 달릴 수 있다는 점은 SUV 전기차 배터리로선 최고의 선택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전기차 시장이 2020년 이전 2년 동안 대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가 전기차 주도권의 판가름 시기인 셈이다. 배터리부터 완성 전기차까지 우리나라가 주도권 대열에 합류할 기회를 잡았다.
세계 첫 기술 완성과 첫 상용 탑재를 동시에 이룬 것도 훌륭하지만 앞으로 기술 안정화, 원가경쟁력 확보, 기술 진화 등 남은 과제도 많다. 이 또한 경쟁국에 한발 앞서는 격차 전략을 지속 구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올 전기차 주도의 신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한국이 잡을 수 있는 길은 기술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