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인식 검색 확대...검색 시장 획정 더 어려워져

네이버 AI 스피커 '프렌즈'<전자신문DB>
네이버 AI 스피커 '프렌즈'<전자신문DB>

검색 서비스 패러다임이 인식 검색으로 전환되면서 다시 논의되고 있는 포털의 경쟁 상황 평가도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산업·서비스 부문에서 검색 사업에 뛰어들며 평가의 전제 조건이 되는 시장 획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 대상의 경쟁 상황 평가를 실시하려는 입법 시도가 이어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ICT뉴노멀법'이 대표 법안이다. 경쟁 상황 평가는 시장 지배형 사업자의 영향력을 감시하기 위해 마련된 규제다. 이 법이 통과되면 포털은 이통통신사처럼 매년 주요 서비스별 회계 상황과 가입자 통계 등 자료를 정부에 제출, 정부 평가를 받아야 된다.

그러나 인식 검색 시장 확대로 포털의 경쟁 상황 평가 실시가 더욱 어려워질 개연성이 커졌다. 경쟁 상황 평가를 하려면 어디까지가 시장이고 평가 대상이 되는지 정하는 시장 획정이 필수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스피커나 음성비서를 통해 기존 포털뿐만 아니라 통신사, 하드웨어(HW) 제조사, 전자상거래 기업 등 다양한 산업군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 범위를 정하는 게 무의미해졌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인식 검색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아마존, 애플, 삼성전자 등 이종 플랫폼이 뛰어들면서 검색 시장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면서 “국경 없는 인터넷의 특성까지 고려하면 시장 획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학계와 규제 당국에서는 인식 검색 이전에도 포털 시장 획정이 어려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16년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서 인터넷 포털은 진입 장벽이 낮고 시장 변화가 빠른 현실에서 시장 획정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모바일과 동영상 확대로 각종 애플리케이션(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플랫폼 사업자가 대부분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검색 사업자로 분류되지 않지만 10~20대가 검색 서비스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다. 2015년 구글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요리법이나 조작법 등 방법을 찾는 'how to' 검색량과 조회량이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해 이런 의도로 영상을 검색한 규모는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밀레니엄 세대(19~35세)의 67%는 뭔가를 배우려 할 때 유튜브 영상을 찾는다고 응답했다.

인터넷업계에서는 무리한 시장 획정을 통한 규제가 국내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통의 검색 사업자로만 시장을 한정시킬 경우 해외 사업자와 역차별 문제뿐만 아니라 검색 시장으로 진격하는 다른 산업군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는 주장이다.

검색 시장 지형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내 검색 포털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은 자국 검색 서비스가 글로벌 서비스에 비해 우위에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이 가운데 러시아, 중국 등 국가는 오히려 자국 검색 서비스 '얀덱스' '바이두'의 보호 정책을 각각 펼치고 있다.

류민호 호서대 기술전문경영대학원 교수는 “규제를 하려면 시장이 획정돼야 하는데 검색 시장은 쇼핑몰, SNS 사업자도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장 정의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 등 특정 사업자만 규제하겠다는 접근 방식은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