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세상은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에서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세계 경계가 사라지고 기업 간 경계도 허물어져서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물리 형태의 장벽이나 문화 한계에서 벗어나 개인의 핵심 경쟁력이 마음껏 발휘되는 세계가 온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게 될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는 영화에서나 상상한 차세대 서비스를 향유하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를 포함한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개인 서비스와 기업 서비스를 아우르는 데이터 및 비디오 서비스, 대용량 트래픽을 요구하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서비스, 인공지능(AI)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가 일반화될 것이다.
이러한 5G 시대로의 진입에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는 인프라는 바로 네트워크다. 5G 시대에 필요한 핵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5G 통신망은 기존의 수직 및 계층 형태에서 수평 및 통합 아키텍처로 진화돼야 한다. 5G 환경에서 비즈니스 승패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앱)을 얼마나 빨리, 효율 높게,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즉 통신사업자와 파트너, 기업대개인(B2C) 및 기업간전자상거래(B2B) 고객을 아울러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시간에 가까운 정도로 서비스 및 상품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무선 기지국, 전달 네트워크, 무선 코어 네트워크로 구분된 현재의 통신사업자 네트워크 환경은 이런 새로운 서비스 수용에 속도와 유연성·확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구글, 아마존 등 클라우드 사업자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그들의 인프라 구조를 차세대 데이터센터 환경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네트워크도 차세대 데이터센터 진화의 성공 요소를 참고해야 한다. 간소화, 자동화, 가상화, 프로그래머빌리티로 그 특징을 대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5G를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그동안 상호 독립해서 운용돼 온 통신사업자의 여러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통합 및 간소화되고, 구성과 운용이 자동화돼야 한다. 앱과 인프라의 가상화된 환경 구현, 이에 대한 가시성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의 사업자 망 구조에서 기지국과 무선 코어 네트워크는 유선 전달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연결돼 있다. 프론트홀과 백홀로 나뉜 영역마다 다중 전송 기술이 사용돼 상호 독립 형태로 투자, 운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복잡도가 높아 사업자 운영비용(OPEX)의 상당 부분이 이 영역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전달 네트워크의 진화를 위해서는 우선 전체를 이더넷과 같은 단일 물리 매체와 프로토콜로 통합하고 간소화해야 한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응하는 형태로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의 장점을 수용해야 한다. 유선 전달 네트워크 상의 독립된 콘트롤러를 통해 표준화된 네트워크 정책의 배포 및 가상화된 개별 서비스에 맞는 논리 형태의 네트워크 생성을 자동화해야 한다.
표준화 단체인 IETF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세그먼트 라우팅'이라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표준화 완료했다. AT&T와 소프트뱅크는 테스트를 거쳐 가상화된 자사의 서비스 네트워크에 적용한 바 있어 5G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통신사업자에게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평평한 5G 네트워크가 우리에게 가져다 줄 새로운 세계가 가슴 벅차게 기대되는 아침이다.
박재범 시스코코리아 통신사업부 부사장 jaepark@cis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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