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치료에서 체외수정에 필요한 최적 정자를 골라내는 장치가 미국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미국 우스터 공대(WPI: Worcester Polytechnic Institute)와 스탠퍼드대학 공동 연구팀은 운동 속도가 가장 빠르고 모양에 전혀 흠이 없는 그래서 체외수정에 가장 적합한 정자를 걸러내는 미세유체공학 장치(microfluidic device)를 개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최근 보도했다.
'스파르탄(SPARTAN)'이라고 명명된 이 장치는 폭 4mm, 길이 12~16mm로 정자가 유영하면서 통과해야 할 3차원 말뚝이 배열된 장애물 경주 코스다.
이 장애물 경주 코스를 가장 빨리 주파한 정자를 골라내는 것이다.

이 정자 선별기는 영상 장치도 갖추고 있어서 목이 휘거나 머리가 지나치게 큰 기형 정자를 추려낸다. 빠르고 강하고 모양이 정상이고 건강한 DNA를 갖춘 정자를 골라 체외수정에 사용함으로써 임신 성공률을 크게 높이기 위해 이 장치를 개발하게 됐다고 WPI 연구팀을 이끈 에르칸 튀첼 물리·생체의학공학·컴퓨터공학 교수는 밝혔다.
전통 정자 선별법은 운동성이 빠른 정자만을 골라낸다.
기존 방법은 고속 원심분리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자 선별 과정에서 정자가 손상될 수 있지만, 이 장치는 그럴 위험이 없다고 튀첼 교수는 설명했다.
이 장치는 불임 클리닉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에 정자를 냉동 보존해 실험실로 보내는 과정이 필요 없다. 한쪽 끝에서 정자를 주입하면 다른 끝에서 선별된 정자를 받아 그 즉시 체외수정에 사용한다. 선별에 소요되는 시간은 5~30분이다.
스파르탄은 WPI 연구팀이 알고리즘과 유체물리학을 이용, 이론적 모델을 제공하고 스탠퍼드대학의 우트칸 데미르치 방사선·전기공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이를 바탕으로 기계 모형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장치 개발로 보통 여러 번 되풀이하게 되는 불임 치료 사이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WPI와 스탠퍼드대학으로부터 스파르탄 특허 라이선스를 받은 DxNow 사는 제품을 완성,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획득한 뒤 올해 8월쯤 출시할 예정이다.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첨단 과학(Advanced 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