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초등학교 영어교육 금지 주장…“서구문화 조기 침투”

이란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금지해야 한다는 고위 관료의 강경한 발언이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흐디 나비드-아드함 이란 고등교육위원회 대표는 지난 6일 국영TV에 출연해 “국영이든 민간이든 학교 정규 커리큘럼에서 영어 학습을 하는 것은 법과 규제를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영어 학습이 들어있는 어떠한 커리큘럼도 금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금지해야 한다는 고위 관료의 강경한 발언이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란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금지해야 한다는 고위 관료의 강경한 발언이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이란 초등학교에서는 일주일에 2시간 정도 기초적인 영어를 배운다. 본격적인 영어교육은 중학교 때부터다. 중학교에선 한 주에 5시간 이상 영어를 가르친다. 그러나 학부모 대부분이 초등학교 때부터 사설 영어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등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이란에서도 영어교육에 대한 열기가 높은 편이다.

나비드-어드함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이란 내 시위, 소요 사태에 대해 이란 최고지도자가 '외부 세력(미국, 이스라엘)의 침투'를 원인으로 지목한 뒤 나왔다는 점에서 이란 정부가 반미 노선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016년 영어 조기 교육을 비판하면서 “외국어 학습을 반대한다는 건 아니지만, 외국어를 일찍부터 가르치면 외국 문화가 어린이와 청소년층에서 만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 등 서방의 군사적 침략보다 이란의 이슬람 문화를 내부에서부터 스스로 붕괴시키는 문화적 침투를 더 경계해야 한다고 지시하곤 했다.

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