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어지는 환율 하락에 가장 긴장하는 것은 수출기업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환율 하락으로 인해 증가율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외환시장 급변으로 환율 변동 대응이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 우려가 커진다.
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수출 실적 50만달러 이상 기업의 올해 사업계획 환율은 달러 당 평균 1090원이다. 응답 기업 가운데 49%가 1075원 이상 1125원 미만을 제시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중순 1100원선 아래로 내려간 이후 꾸준히 하향세다. 지난 8일 한때는 2014년 10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1050원대 밑으로 내려갔다. 대다수 수출기업의 사업계획 환율을 밑도는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의료용품, 화장품 등 내년 사업계획 환율을 가장 보수적으로 잡은 생활용품 업종(1076원)의 예상보다도 낮다.
실제 수출기업 대다수는 이미 환차손을 경험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88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12월초에도 수출기업 67.9%는 환차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도 지난 3일 이후 940원대를 기록하며 수출기업의 환차손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수출기업은 환율 하락해도 하락분을 수출 단가에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출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수출기업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배럴 당 50달러선을 밑돌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말 60달러를 돌파해 최근 65달러선을 오가고 있다. 구리, 알루미늄, 니켈 3개월 선물 가격은 지난해 연초 대비 20% 상승해 거래되고 있다.
무역연구원이 조사한 1분기 주요 수출 애로 요인에는 원화환율 변동성 확대(17.2%) 다음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16.7%)이 꼽혔다. 수출 호조를 보이던 지난해 3분기까지 환율 변동성 확대와 원재료 가격 상승은 큰 애로 요인이 되지 않았다.
대기업에 비해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수출 중소기업은 환율 변동성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에 더욱 취약하다. 환율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변동 보험 등 환위험에 대비 수준도 떨어진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최근 환율 변동에 따른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수출 중소기업의 환율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 다소 어렵다”며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건우 무역연구원 연구원은 “무역 규모가 비교적 큰 기업에서도 환위험을 전혀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환율 관련 사내 전문가를 보유한 기업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면서 “기업 규모가 영세할수록 환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 자체 환율전문가 육성 및 컨설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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