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CES 2018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제품에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AI 접목 모델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대부분의 업체가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AI 패권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도 치열했다. 아마존 알렉사에 구글 어시스턴트가 도전장을 확실히 내밀었다. 삼성전자 독자 AI 플랫폼 빅스비도 존재감을 나타냈다. 신경전도 이어졌다. 구글은 LG전자, 레노버, 소니, 뱅앤올룹슨, JBL, TCL, 스카이워스, 샤오미, 창훙, 하이얼 등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키로 했다고 공개하면서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음을 애써 강조했다.
이제 AI는 첨단 기술이 아니라 이미 보편화한 기술이다. 접목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단계가 아니라 어떻게 접목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수준에 와 있다. 10년 안에 AI가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리모컨 없는 로터리식 브라운관 TV' 취급을 받을 것이다. 지금의 AI 확산 속도라면 그 시점이 내년일 수도 있다.
AI는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현재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응용 산업이 쏟아질 것이다. 사실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은 10년 전에도, 그 이전에도 있었다. 지금의 AI 기능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혁신 자동화 및 센서 활용 장치에 AI란 이름이 붙었다. 이에 따라서 앞으로 10년 후 우리가 맞닥뜨릴 AI라는 이름의 서비스는 지금과는 또 완전히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짙다.
우리나라는 AI 후진국이다. 패권 싸움이 벌어진 플랫폼 경쟁에서도 선두권 기업에 크게 뒤처져 있다. 기술, 정책, 사업 환경 모두 낙후돼 있다. AI 패권 경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떠올랐지만 한국은 ICT와 인프라 모두를 해외 기업에 의존하던 때가 있었다. 발전을 위해 정보기술(IT) 테스트베드를 자처하며 해외 기업을 모셔와 배운 경험이 있다. 늦었지만 AI 응용 산업 분야에서 명운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