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제 분야 응급처치에 집중해 온 문재인 정부가 방향을 잡고 본격 앞으로 나아갈 때다.
어떤 응급처치를 했는가.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로 시작해서 비정규직 해소와 최저임금제 개선 등을 통한 '소득 주도 성장'을 추진했다. 대기업의 불공정 해소를 통한 '공정 경제' 시현에 착수하고 혁신이 주도하는 경제, 즉 '혁신 성장'이 시동을 걸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인 사람 중심 경제를 공정 경제가 밑을 받치고,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이 좌우를 이끌며, 위로는 일자리 창출을 지향하는 다이아몬드 경제 구조가 완성됐다.
![[임춘택의 과학국정]<2> 왜 포용적 혁신 성장인가?](https://img.etnews.com/photonews/1801/1033404_20180112142921_064_0001.jpg)
혁신 성장과 관련해서는 정체성 논란이 있다. 수요 측면을 강조한 소득 주도 성장에 반해 공급 측면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식 소득 주도 성장에 대응하는 조지프 슘페터식 혁신 성장으로 보기도 한다. 혁신 주류이자 강자인 재벌 중심 경제의 연장선이라면서 비판하기도 한다. 혁신 성장 때문에 소득 주도 성장이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창조적 파괴'인 혁신으로 인해 경제 약자의 제품, 기업, 직업이 사라지고 빈부차가 확대되니 우려할 만도 하다.
논란 정리와 함께 경제 정책 방향을 다듬기 위해 지난해 열린 12월 15일 정책기획위원회 출범 토론회에서 '포용적 혁신 성장'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왜 포용이어야 하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고 경제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포용 성장'을 권고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선진국도 심화되는 빈부 격차와 불평등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더 나아가 사회 문제 해결까지 포함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경제와 사회를 분리해서 경제 성장만을 강조하지 않고 경제·사회를 모두 성장시키자는 차원에서 포용이다. 이는 신자유주의나 시장 만능의 혁신성장론과는 차별된다. 한마디로 경제·사회 약자를 포용하면서 혁신 성장을 이루자는 것이다.
포용 관점에서 혁신 성장의 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 지난날 혁신의 주체는 기업가 정신이 있는 개인이나 기업이었다. 혁신 성과를 널리 공유하려면 시민사회, 소비자, 협동조합, 사회 약자에게까지 혁신 참여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유난히 낮은 경제 활동 참가율을 보이고 있는 여성 인력과 '똑똑한 소비자'는 소외돼서는 안 될 중요한 혁신 역량이다. 혁신 기업도 중소·중견 기업, 벤처기업, 사회적 기업, 소상공인, 지역 공동체 등으로 다양화돼야 한다.
그렇다고 혁신 성장에서 대기업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 가장 큰 혁신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은 여전히 경제 성장에서 중요하다. 이제는 국내보다 글로벌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혁신 역량을 글로벌 대기업의 마케팅 역량과 결합시킨 상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도 활발해져야 한다. 다만 이제는 대기업의 모든 경제 활동이 공정 경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차제에는 포용적 혁신 성장을 위한 회사법 제정도 필요하다.
혁신 성장은 어떻게 추진돼야 할까. 첫째는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을 성공리에 완수하는 것이다. 연구개발(R&D)와 산업 혁신뿐만 아니라 노동·사회 혁신, 학교교육·회사교육·직업교육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제도 혁신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둘째는 창업의 양보다 질을 높여야 한다. 실패자가 무한 재도전할 수 있는 혁신 안전망을 구축하고, 연대 보증 완전 철폐를 추진하며, 안전과 효율이 조화된 규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셋째는 환경 친화형 혁신 성장을 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전기교통, 에너지절감·친환경 건축, 자원순환·공유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넷째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데이터, 소프트웨어(SW), 지식재산, 가상세계 중시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산업뿐만 아니라 정치·행정, 사회·복지, 안보·안전 분야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추진돼야 한다. 스마트정부 4.0을 위한 공공 데이터 개방, 클라우드 행정, 24시간 인공지능(AI) 서비스 역시 중요한 과제다.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ctrim@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