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생체인식 시장이 '지문 vs 얼굴' 대결 구도가 됐다. 애플이 작년 아이폰X에서 첫 선을 보인 3차원(D) 얼굴인식 기술을 확대,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에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지문인식 기술로 맞불을 놓으려는 양상이다. 생체인식은 사용자를 분별하거나 모바일 결제, 은행 서비스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향후 어떤 기술이 시장 우위를 점하는냐에 따라 관련 업계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애플, 얼굴인식을 메인으로…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얼굴인식(3D센싱) 모듈을 올해와 내년 자사 제품에 확대,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호는 최근 LG이노텍에서 감지됐다.
애플 아이폰X용 얼굴인식 모듈을 제조하고 있는 LG이노텍은 8737억원을 설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과 신기술 모듈 사업에 대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어느 회사 카메라 모듈인지, 어떤 신기술 모듈인지 LG이노텍은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신규 투자가 애플 얼굴인식 모듈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LG이노텍 투자건은 애플 얼굴인식 모듈 라인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올해 출시되는 제품이 아니라 내년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해 처음으로 아이폰X에 얼굴인식 모듈을 탑재했다. 그동안 사용자 인증에 활용하던 지문인식을 빼고 얼굴을 3D 스캐닝해 특징을 분석하는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했다.
애플은 올해 출시될 아이폰X 후속기종에 얼굴인식을 적용할 것으로만 예상했는데, 2019년 모델까지 얼굴인식 적용을 계획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 설비 투자도 2019년까지 예정돼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19년 모델부터 얼굴 센싱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부품수를 늘리고, 카메라 모듈과의 통합 등도 검토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부상'
애플이 얼굴인식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 달리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지문인식을 유지하되 기술을 보다 발전시키려는 추세다. 특히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상용화가 주목된다.
지문인식은 2013년 애플이 어센틱을 인수하고, 삼성과 LG 등도 채택에 속도를 내면서 스마트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기능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3년 3%에 불과했던 지문인식 채택률은 2014년 10%, 2015년 23%, 2016년 44%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는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넘긴 55%로 예상됐다.
스마트폰 지문인식은 한 단계 발전을 꾀하고 있다. 물리적 버튼 모양이던 기존 형태를 탈피, 디스플레이 속으로 숨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등장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비보는 CES2018에서 시냅틱스 센서를 사용한 디스플레이 지문인식폰을 공개했다.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은 화면 상에 손가락을 대는 것만으로 지문의 모양을 분석하기 때문에 별도의 물리적 버튼이 필요 없다. 스마트폰 전면을 한결 매끄럽게 디자인할 수 있고, 디스플레이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더 늘어난다. 풀스크린 스마트폰 구현에 필수 기술로 주목 받는 이유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은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어 보인다. 비보가 CES에서 공개한 디스플레이 지문인식폰은 출시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시제품 성격에 가깝다. 이 회사는 지난해 퀄컴 센서를 탑재한 디스플레이 지문인식폰도 공개한 바 있다.
성능과 수율, 양산성이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확산의 걸림돌로 평가 받고 있는데, 올해가 중요 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은 삼성, LG, 오포, 비보, 화웨이 등의 채택으로 2018년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