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신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이 해외 사업을 확대하면서 수출 시장에서도 의미있는 성과가 기대된다.
넷마블게임즈가 2016년 12월 출시한 '리니지2레볼루션'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960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부터 일본 등 해외 진출을 시작, 4분기 누적 매출은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6월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리니지M'은 3분기에만 50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렸다. 업계는 '리니지M'이 4분기까지 국내에서만 누적 1조원의 매출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리니지2레볼루션'과 '리니지M'은 모바일 MMORPG다. 수천~수만명의 인원이 한 곳에 모여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이 특징이다.
MMORPG는 2000년대 중반에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중흥기를 이끈 핵심 장르다. MMORPG는 그동안 모바일 플랫폼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장르로 꼽혔다. 대규모 인원을 안정 처리할 서버 기술과 가상세계를 유지할 정교한 기획 및 시스템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의 게임 제작 및 운영 노하우도 필요하다.
'리니지2레볼루션'과 '리니지M'의 흥행은 모바일 MMORPG 시대를 앞당겼다. 단일 게임으로 누적 매출 1조원을 기록, 시장성을 입증했다.
한국 게임업계는 올해도 모바일 MMORPG 출시를 서두른다. 넥슨·넷마블게임즈·엔씨소프트 등 빅 3는 물론 펄어비스, 게임빌, 컴투스, 위메이드 등 중견기업들이 자사의 주요 라인업으로 모바일 MMORPG를 내세웠다.
온라인게임 시대 기준에 비춰 보면 내수 모바일 MMORPG 시장은 규모상 이미 포화 상태다. 2000년대 온라인게임 산업이 정점에 올랐을 때도 국내 시장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리는 MMORPG는 3, 4종으로 압축됐다.
대부분 신작이 출시 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접었다. MMORPG 이용자는 수년에 걸쳐 한 가지 게임만 꾸준히 즐기는 경향이 강하다. 게임 안에서의 지위를 단기간에 쌓기 쉽지 않은 탓이 크다.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이 같은 공식이 변동할 가능성이 짙다. 온라인 MMORPG에서 금기시하던 △자동 사냥 △월 결제 한도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시간 제약, 게임사 입장에서는 매출 한계가 각각 사라지는 것이다.
MMORPG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게임사 관계자는 “한 사람이 여러 게임을 동시에 플레이하는 양상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살아남는 게임 가짓수가 2000년대 중반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흥행 조건이 나아졌지만 기업 가치 상승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해외 진출이다. 신작이 연이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 국산 신작은 물론 중국산 모바일 MMORPG까지 가세하며 혼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진출 환경은 2000년대보다 더 좋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에 직접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지 퍼블리셔(배급사) 선정 유무를 선택해서 결정하고, 이용자를 PC 앞에 끌어 앉히기 위한 마케팅 절차가 줄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일본과 북미 시장에 '리니지2레볼루션'을 출시해 각각 상위권, 중위권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그동안 시장 규모에 비해 MMORPG 수요가 적은 북미 시장에서의 선전은 눈여겨볼 만하다. '리니지M'은 지난해 12월 대만 출시 이후 구글과 애플 양대 마켓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펄어비스와 게임빌은 각각 온라인게임 '검은사막', 모바일게임 '서머너즈워' 글로벌 이용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검은사막'은 유럽과 북미, '서머너즈워'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 3년 동안 각각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 매출을 올렸다
이선영 게임빌 게임사업2실장은 “하이브(컴투스와 게임빌 공동 게임 플랫폼) 안에 온라인MMORPG를 경험한 이용자가 많다”면서 “PC 기반으로 MMORPG를 즐기는 이용자 가운데 상당수를 모바일로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