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모바일 직불 결제 확고히 자리 잡으려면

최경일 세틀뱅크 대표.
최경일 세틀뱅크 대표.

얼마 전 조카가 회사 근처에 볼 일이 있어 들렀다고 전화를 해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오랜 만에 이야기를 나눴다. 명절 때 말고는 평소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반가웠다. 조카는 그동안 내가 모르고 있던 사실을 털어놨다. 지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대출을 받아 고액을 빌려줬는데 돈을 빌린 사람의 회사가 부도나서 결국 본인이 빚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그날부터 조카는 모든 신용카드와 금융 거래가 막혔다고 한다. 다행히 조카는 그 이후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빚을 모두 해결했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한편으로는 그 일로 인해 좋은 소비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신용카드를 쓸 수 없으니 결제는 언제나 현금이나 체크(직불)카드로 했고, 물건을 구입할 때는 통장 잔액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카는 예전에 월급이 들어오면 바로 빠져나가는 삶을 살았는데 이제는 월급을 받은 후 그 돈을 아껴서 소비하는 삶으로 생활이 바뀌었다며 '신용카드 없는 삶'이 외려 행복한 것 같다고 얘기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결제 수단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영업자 가운데에서도 탈세 목적으로 현금 결제를 원하는 게 아니라 신용카드 수수료가 부담되거나 카드단말기 사용료 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힘들게 장사하는 사람도 많다. 필자 역시 가능하면 재래시장 등 영세상인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현금을 내곤 한다.

모바일 직불 결제 서비스는 이런 영세상인 등을 위해 정말 좋은 결제 수단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바일 직불 결제는 물건 구입 때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하는 대신 휴대폰을 활용,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곧바로 돈을 지불하는 서비스다. 중국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결제 수단이다.

모바일 직불 결제는 은행 계좌를 연동시켜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생성한 바코드, QR코드 등으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은행 잔액 내에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연체 우려가 없고, 과소비를 막을 수 있다. 신용카드 결제와 달리 가맹점 수수료나 신용카드 연회비 등도 절약할 수 있다. 현금영수증을 받을 수 있으니 직장인은 연말정산 대비에도 효과가 있다.

이런 장점에도 모바일 직불 결제는 부족한 가맹점 수, 계좌 최초 등록 시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많지만 대중화된 결제 수단이 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모바일 직불 결제가 유용한 결제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제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인위로 신용카드 수수료를 줄임으로써 카드사업자와 마찰을 일으키기보다는 온·오프라인연계(O2O) 현금성 결제의 세제 혜택 등 경제 유인책을 지원하는 방법을 강구할 만하다. 결제 시장 수수료 인하를 시장 친화형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판매자가 현금 결제로 절약되는 수수료만큼 포인트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마케팅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모바일 직불 결제 소득공제율을 지금보다 추가로 확대하고 개인 신용 등급 산정 시 이용 기간과 실적을 반영하는 것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다 결제 단계를 최소화해 초반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모바일 직불 결제가 다른 결제 수단보다 이용하기 쉽고 혜택이 더 많아진다면 대중화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는 건 시간문제다.

최경일 세틀뱅크 대표이사 kevinkicho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