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클라우드 업계가 우리 안방에서 한판 대결을 펼친다.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본 중국 기업도 참전했다. 더 착잡한 것은 그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때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 낙후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만만하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 입장에서는 골키퍼 없는 축구 경기를 펼치는 셈이다.
업계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60% 가까이를 해외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1~3위 기업뿐만 아니라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도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등 해외 기업에 더 많은 시장을 내줄 처지에 놓였다.
우려의 목소리는 크지만 대안은 별로 없다. 이미 이름을 알 만한 국내 기업은 대기업과 벤처기업 막론하고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 고객이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외치지만 그 또한 공허하다. 자본력과 경험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과의 자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체격 조건이 되지 않는다.
정부와 업계는 서비스의 선택·집중, 공공 시장 활성화를 대안으로 꼽는다. 이미 넘을 수 없는 벽이 된 서비스형인프라(IaaS)보다 현실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에 집중해 점유율을 맞춰 가자는 주장이다. 또 공공 시장 클라우드 도입 정책을 통해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공신력을 길러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실제로 도입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해외에서 레퍼런스를 쌓은 다국적 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성능과 안정성 측면에서 뒤진다는 인식을 바꿔 놓는 것이 급선무다.
다국적 클라우드 기업이 한국에 몰려든다는 것은 시장 환경이 그만큼 좋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 시장은 글로벌을 좌지우지하는 대형 제조업체와 게임업체가 대거 포진해 있어 좋은 레퍼런스 확보 환경이 조성돼 있다. 뒤집어 보면 한국 클라우드 시장은 국내 기업에도 사업하기 좋은 환경, 좋은 고객이 많다는 의미다. 양질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며 시너지를 높이는 사례를 정책으로 양산할 수 있다. 우선 안방에서 자생력을 기르고, 그 후 새로운 모델로 천천히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