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지원을 통해 미국 대학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 자본에 대한 미국 학계와 정계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14일(현지시간) 칼럼에서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가 오랜 내부 논의와 조사 끝에 지난주 미중교류재단(CUSEF) 자금 지원 제안을 거절했다고 소개했다.
CUSEF 창립자인 둥젠화 초대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 공산당의 국제적 영향력을 관리하는 당 지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고 WP는 설명했다. 그는 중국 최고 정책 자문기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수석이다.
WP에 따르면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의 중국 자본 논란은 지난해 8월 이 대학 린든 존슨(LBJ) 행정대학원에 중국 공공정책 센터가 문을 열고서부터 시작됐다.
CUSEF와 일한 경험이 있는 전직 외무공무원인 데이비드 파이어스타인 센터장은 CUSEF로부터 센터 운영자금을 지원받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여러 교수와 대학 관계자들은 CUSEF, 둥젠화, 중국 공산당의 관계에 우려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에 그레고리 펜브스 총장은 CUSEF 자본이 대학의 학문적 진실성을 위태롭게 할지, 학술 활동에 대한 과도한 접근 권한을 중국에 줄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개시했다.
앞서 텍사스가 지역구인 테드 크루즈(공화) 상원의원은 지난 2일 펜브스 총장에게 CUSEF 자본을 받아들이면 중국이 선전을 퍼뜨리고 대학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서한을 보냈다.
펜브스 총장은 크루즈 의원에게 보낸 답신에서 자금 지원 제안을 거절한 사실을 알리면서 CUSEF 자본이 “잠재적인 이해 충돌을 일으키거나 학문의 자유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WP는 중국 정부가 미국 대학 캠퍼스 수백 곳에서 운영되는 중국 언어·문화 교육기관 공자학당을 지원해온 점을 언급하며 대학이 중국과 관계에서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대 오스틴대 캠퍼스의 이런 결정은 중국 자본의 미래뿐 아니라 자유 사회에 개입하려는 중국의 노력, 이른바 '샤프 파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WP는 평가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