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0년간 8시간, 한국은 3년만에 16시간..."근로시간 단축 지나치게 빠르다"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중소기업 인력난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타 선도국과 달리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지원책이 미흡하고, 고용 창출 효과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독일계 컨설팅 업체 롤랜드버거가 이런 내용을 담은 컨설팅 보고서를 17일 발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는 최근 정부의 노동 정책 변화에 따른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롤랜드버거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롤랜드버거는 특히 근로시간 단축 속도를 문제삼았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나온 잠정합의안은 앞으로 3년간 총 16시간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앞서 근로시간 단축에 나선 여타 국가의 단축 속도는 연 평균 0.4~1시간 수준이다. 프랑스는 연 1시간씩 총 4년에 걸쳐 근로시간을 단축했고, 일본도 10년간 연 평균 0.8시간을 줄이며 단축 속도를 조절했다. 반면 우리나라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연 평균 5.3시간으로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이다.

이수성 롤랜드버거 서울사무소 대표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찾아 볼 수 없는 사례”라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매출 감소도 예상했다. 롤랜드버거는 근로시간 16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의 매출 감소가 약 10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 규모별 근로시간 중 52시간 초과 근로시간 비중과 기업 규모별 연매출을 곱해 나온 값이다.

이 대표는 “단축 속도가 빨라 인력난에 대한 문제가 가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은 부족하다”며 “특히 49인 이하 영세기업에서는 3년 6개월 내 근로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추가 부족인력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는 노사합의 시 주 최대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것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정책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과 함께 현행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우리 사회가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며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인력 수급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정책이 연착륙하도록 정책제언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롤랜드버거의 컨설팅 결과를 국회,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자료:롤랜드버거
자료:롤랜드버거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