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7일 국내 '애플스토어' 1호점을 정식 오픈한다. 애플이 애플스토어에서 기존과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의 관심이 남다르다. 애플 기기 구매는 물론 애플이 직접 제공하는 사후관리(AS), 교육 등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게 된다.
◇기기 구입
2009년 애플이 우리나라에 진출한 이후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였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와 프리스비 등 리셀러(재판매) 매장에서 공기계를 구입하거나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개통된 제품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애플스토어에는 세 가지 구매 방식이 모두 적용된다. 소비자는 공기계를 구입하거나 이통사 서비스를 개통한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장에서 애플이 판매하는 모든 기기를 체험한 뒤 구입을 결정할 수도 있다.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 맥북, 애플워치, 각종 액세서리를 만날 수 있다. 애플과 제휴한 업체의 드론, 스피커 등 각종 기기 체험도 가능하다.
애플스토어에서 제품을 구입했는데 불량품이 발견되면 번거로운 과정 없이 30일 이내에 교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이통사 대리점 등에서 제품을 구입한 후 불량이 발생하면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교환·환불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지만 이 같은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운영하고 있는 단말기 보상 프로그램인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도입될 가능성도 짙다. 아이폰을 24개월 할부로 구매한 이후 1년마다 신제품을 교환할 수 있는 정책이다. 세계에서 애플이 가장 먼저 도입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가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도입된 국가는 미국, 영국, 중국 등이다.
그동안 아이폰 3~4차 출시국에 포함된 우리나라의 신제품 출시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애플스토어가 구축된 20여개 국가는 대부분 아이폰 1차 출시국에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통신기기 인증 절차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사후관리(AS)
애플스토어가 오픈하면 애플이 AS를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아이폰을 수리하거나 리퍼 받을 수 있는 곳은 동부대우전자, 앙츠, TUVA 등 애플이 공식 지정한 AS센터뿐이었다. 애플 직영 AS센터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애플스토어에는 애플 직영 AS센터라 할 수 있는 '지니어스바'가 위치한다. 숙련된 애플기기 엔지니어가 상주하면서 고객을 1대1로 응대한다. 소비자는 제품 수리뿐만 아니라 기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세한 설명과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시간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AS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크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가 아이폰 서비스를 받으려면 AS센터로부터 “본사 또는 진단센터에서 문의·진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답변부터 돌아왔다. 1~2주 정도 임대 제품을 사용하다가 위탁 AS센터에서 수리된 제품을 찾거나 리퍼를 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지니어스바에서는 즉시 기기 문제를 파악하고 수리 또는 리퍼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애플스토어에서는 일종의 보험 상품인 '애플케어 플러스'에도 직접 가입할 수 있다. 소비자 과실로 단말기 손상이 발생했을 경우 2년 동안 서비스 혜택을 제공한다. 가입비용은 199달러(약 22만원)다. 화면이 파손되면 29달러(약 3만원)에 수리가 가능하다.
◇기기 교육
애플스토어에서는 시간대별로 기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오전 10시부터 아이폰X(텐) 사진 촬영 교육을 하고, 오후 1시부터 페이스ID 작동 교육을 실시한다. 애플은 지난해 말 다국적 기업이 모인 자리에서 정부 측에 “애플스토어가 개장하면 소비자의 아이폰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교육 방식은 두 가지로 예상된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이 설치된 테이블에서 애플스토어 매장 관계자가 마이크를 착용하고, 다수 소비자를 대상으로 기기 기능을 설명한다. TV 등이 설치된 별도 공간에서 수업을 하듯 제품 기능을 시연하기도 한다. 아이폰 이용자가 궁금한 점을 즉시 답해 주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 유용하다. 국내 소비자가 애플 신형 아이폰 기능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직접 구동해 보거나 애플 소개 영상을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애플이 강조한 핵심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애플스토어에서 기기 활용에 대한 교육이 시작되면 이 같은 갈증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계는
애플스토어는 오프라인 매장이기 때문에 전국의 모든 소비자가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애플스토어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는 40개 애플스토어가 들어섰고, 안방인 미국에 272개 애플스토어가 구축된 것과 대조된다.
애플이 우리나라에 애플스토어 확장 계획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개의 애플스토어가 더 추가될지는 미지수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들어서는 애플스토어는 몇 년 전부터 실사를 진행해 △유동 인구 △지역 매출 △설립 비용 세 가지 조건을 검토한 이후 결정됐다. 애플스토어 오픈을 결정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근거다.
애플에 정통한 관계자는 “애플이 우리나라를 아주 중요한 시장으로는 보지 않기 때문에 애플스토어 1호점 오픈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애플스토어가 오픈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환영할 만한 일인 건 분명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세계 애플스토어 구축 현황>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