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통신'을 향한 SK텔레콤 행보에는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박정호 사장의 '수평경영'이 자리하고 있다. 일하고 의사소통하는 방식 변화가 SK텔레콤 변신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게 박 사장 생각이다.
SK텔레콤은 11일 전사 공지를 통해 '이름+님'으로 호칭을 변경했다. 조직 리더도 모든 구성원에게 반드시 '님'을 붙여 상호 존중하도록 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언어로 대화하는 게 원칙이며 불필요한 존칭은 지양한다.
각 조직은 필요할 경우 '님' 외에 영어 이름이나 별칭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직원은 샐리, 써니, 케빈 등 다양한 별칭을 만들어 다른 직원에게 소개 중이다.
2006년 매니저 호칭 도입 이후 12년 만의 변화다. 호칭 변경으로 임원, 리더와 직원 간 경계를 허무는 기반을 만들었다. 임직원 간 협업과 공유 강화를 위한 조치다.
박 사장은 수평문화 확산을 솔선수범하고 있다. 이달 초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던 중 “CES 2018에서는 저를 따라다니지 말라”고 말했다. 각 임원이 계획을 수립,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경험하고 비즈니스모델(BM)을 발굴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말대로 올해 약 30명의 SK텔레콤 임원이 CES 2018을 참관했지만 박 사장을 수행한 임원은 2~3명에 불과하다.
박 사장은 직원과 소통 강화를 위해 을지로 본사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전 직원에 개방했다. 그는 신년회에서 직원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며 격의 없는 소통이 가능해졌음을 강조했다.
박 사장의 이 같은 수평경영 행보는 외부 협력사와의 관계에도 이어진다.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게 박 사장 경영철학이다.
그는 벤처나 스타트업과도 수평한 관계를 만들어야만 4차 산업혁명 주도를 위한 건설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동반성장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SK텔레콤이 최근 지도 제작사 '히어'와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방송사 '싱클레어'와 미디어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도 파트너를 존중해야 한다는 박 사장 소신이 담겨 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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