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이 글로벌 사물인터넷(IoT) 표준화단체 '오픈커넥티비티재단(OCF)' 인증을 시작했다. 다른 제조사와 국가에 관계없이 기기를 연동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에 합류하면서 세계 IoT 기기 시장 공세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18일 OCF에 따르면, 지난 16일 중국 하이얼이 자사 세탁기에 OCF 글로벌 인증을 획득했다. 중국 가전업체가 OCF 인증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OCF는 기존 다양한 IoT 표준을 하나로 묶어 통합된 표준화 단체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을 주축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인텔 등 글로벌 기업 400여개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OCF 인증을 받으면 회원사 간 제품이나 네트워크 상호호환성을 확보한다. 즉, OCF 규격만 지켜 제품을 개발하면 다른 회사 OCF 인증 제품과 바로 연동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이얼 세탁기도 OCF 인증을 받은 삼성전자 에어컨, TV, 냉장고와 연결돼 통합 제어할 수 있다. 삼성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통해 하이얼 세탁기를 가동할 수 있게 된다. 하이얼은 OCF를 통해 지난 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도 LG전자 가전과의 연동을 시연했다.
중국은 2004년부터 자체 IoT 연맹을 구축,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중국 스마트홈·IoT연합 '아이톱홈(itophome)'이 대표적이다. 하이얼그룹을 중심으로 중국망통신, 칭화통신 등 7개 업체가 설립한 단체로 회원사 간 제품 연동 기술을 지원하고 시험·인증 활동을 펼쳐왔다. 250여개에 가까운 회원사를 확보했지만, 2016년 하이얼이 OCF에 합류하면서 힘을 잃었다. 레노버, TCL, 창훙을 중심으로 설립한 'IGRS' 연합도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 중심으로 운영돼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힘들 것이란 평가다.
하이얼이 OCF 인증을 본격화하면서 중국 IoT 가전과 스마트홈 생태계도 글로벌 무대로 옮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OCF를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와 인증 경쟁도 불가피하다. 메이디그룹, ZTE 등 유명 중국 IT·가전업체도 OCF에 합류한 상태로 추가 인증도 뒤 이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내 IoT 연합 등 자체 생태계만으로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하기 힘들다고 판단, OCF 인증을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향후 국내 기업과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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