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디지털 혁신'이다. 시중은행부터 지방은행까지 은행 내부 업무, 고객 응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시도한다. 올해 은행장 신년사에서도 '디지털'이 쏟아졌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고객과 직원 중심의 디지털 기반 혁신 KB'를 올해 경영 방향과 과제로 꼽았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디지털 신한'을 내세웠다.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전북은행까지 디지털 혁신을 올해 제2의 도약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디지털 혁신 흐름에서 저축은행은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위치한 저축은행은 총 79개다. 이들 가운데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자산 규모 상위 9개사에 불과하다. 70개 저축은행은 모바일 금융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자산 규모 1조원이 넘는 A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모바일 앱 개발에 들어갔지만 내부 반발에 부닥쳐 언제 완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적용은 고사하고 종이 업무를 디지털화하는 페이퍼리스 도입 저축은행도 없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사력을 다해 준비하고 있는 챗봇 등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물론 저축은행이 시중은행, 지역은행과 달리 자산 규모나 규제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규제를 푸는 것과 별개로 미래를 향한 준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전문은행, 개인간(P2P)금융 등 기술을 앞세운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닥, 모토로라, 노키아, 닌텐도 등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기업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엄청난 위기를 겪었다. 물론 어떤 기업은 부침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여기에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축은행은 시대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핀테크를 넘어 기술에 금융을 더하는 '테크핀'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왔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