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자동차 공용 충전소 부실 시공에 강력 대응키로 했다. 공기업과 민간기업 충전인프라까지 정부 차원 상시 전수 실태 조사를 벌인다. 전기차 사용자 접근·편리성과 안전성에 중점을 둔 새로운 공사 운영 지침도 이달 중에 발표한다.
'전기차 충전 시설 상당수가 실제 이용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부실 시공됐다'는 본지 보도 이후 내놓은 발 빠른 후속 대책의 일환이다. 에버온, 지엔텔, 포스코ICT,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KT 등 충전사업자도 자체 전담반을 꾸려 비상 점검에 나섰다. 부실 시공이 지적된 사업장이 하루 만에 정상 조치되기도 했다.
전기차는 아직 초기 시장을 형성한 단계다. 정부 보조금이 보급에 절대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다. 인프라 또한 자연 발생으로 생기는 것보다 정부가 나서 구축하고 감독해야 하는 시장이다. 수년째 인프라 구축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방향을 잡아 가고 있다.
전기차 정책은 지금까지 산업 관점에서 더 큰 비중을 두고 다뤄졌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공급자 시각이 아닌 소비자 시각에서 모든 것을 바라봐야 한다. 이번에 전기차 공용 충전소 부실 시공 사태가 공론화한 것은 사용자가 불편함을 호소하고 문제를 적극 제기한 것이 시발로 작용했다.
본지 보도 이후 실제 전기차 사용자 관심이 모아지면서 제보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KEVUA)가 전기차를 실제 이용한 경험에서 충전 인프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제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반 사용자 관심이 늘어나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부실 시공 문제를 충전사업자가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체크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빨리 풀고 바로잡으면 된다.
국내 전기차 인프라는 세계 선진 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해 가고 있다. 지금은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정착기에 들어섰을 때는 세계 각국이 우리 전기차 인프라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