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외부에 개방한다. 자기 주도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외부 개발자가 삼성과 LG AI 플랫폼을 이용, 다양한 기기를 만드는 토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처럼 다른 제조사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생태계가 형성될 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빅스비'와 LG전자 '딥씽큐'의 외부 개방이 임박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음성 인식 기반 AI 플랫폼 '빅스비' 소스코드를 조만간 외부에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때부터 빅스비 생태계를 개방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른 시간 안에 (소스코드 등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소스코드를 공개하기 위한 최종 점검 및 수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독자 개발한 AI 플랫폼 '딥씽큐'의 외부 개방 시점을 타진하고 있다. 생태계 확장을 위해 외부 수요를 지켜본 뒤 개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딥씽큐에 외부 개발자의 니즈가 많다고 판단되면 외부 공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확한 공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LG전자는 지난 달 전사 차원에서 딥씽큐 개발 키트를 배포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개발 키트를 활용, AI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과 LG의 AI 플랫폼 개방은 더 넓은 생태계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빅스비와 딥씽큐 소스코드, 개발키트,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인스(API) 등이 공개되면 외부 개발자가 삼성과 LG AI 생태계에 합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견·중소가전업체 내 연구개발(R&D) 팀이 빅스비나 딥씽큐로 AI 에어컨이나 냉장고를 개발할 수 있다. 개방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경쟁 가전업체도 빅스비와 딥씽큐를 채용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빅스비와 딥씽큐 등) 양사의 AI 플랫폼이 아직까지 사내 활용에만 머물러 있지만 장기로 볼 때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다양한 주체가 AI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스비와 딥씽큐 개발 환경이 개방되면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등 글로벌 AI 플랫폼과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렉사와 어시스턴트는 여러 가전업체가 제품에 채용하고 있는 범용 AI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멘스, 밀레, 파나소닉, 소니, 월풀 등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채용해 음성으로 가전을 명령하고 제어한다. 빅스비와 딥씽큐는 후발 주자지만 이들 가전 AI 생태계 경쟁에 합류할 수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독자 개발한 AI 플랫폼이 확산될수록 삼성과 LG 플랫폼 의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AI 플랫폼이 오픈되기 전에 라이선스 등 정책 수립이 먼저 정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