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기 현대모비스 전동화사업부장 친환경차 시장에서 전기차(EV)와 수소전기차(FCEV)가 보완관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각 차량별 특성이 분명하고, 부품별 원료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미래 자동차 산업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부품업체가 완성차 업계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병기 사업부장은 '2018년 국제가전제품박람회(CES)'에서 전자신문과 만나 친환경차 시장 방향성에 대해 "미래 친환경차 주도권을 두고 EV와 FCEV가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완하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며 "EV는 도심형 차량, 세컨드카 형태로 자리잡고, FCEV는 장거리 차량, 대중교통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안 부장은 약 11년간 현대차에서 친환경차 개발을 담당하다가, 지난해 현대모비스 전동화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오닉, 니로, 넥쏘(NEXO) 등 현대·기아차 차세대 친환경 차량에 안 부장 손길이 닿아있는 것이다. 때문에 EV와 FCEV 차량별 강점과 단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안 부장은 "FCEV는 1회 충전으로 약 600㎞ 주행이 가능하고, 큰 충전소 하나를 지으면 1000대 가량 대응할 수 있다"면서 "EV는 충전하는데 오랜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중화되면 충전 대기시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FCEV는 충전 시간도 5분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안 부장은 FCEV 단점으로는 '부족한 인프라'와 '비싼 가격'을 꼽았다. 반면 EV는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대량생산 시 원가절감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최근 정부와 기업들이 EV 충전 인프라를 많이 구축해 일상 주행에 불편함이 적어졌다. 안 부장은 "부품 원료를 살펴봐도 FCEV 촉매제인 백금, 배터리 원료인 리튬, 코발트 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차종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전망"이라며 "전동화 차량은 EV, FCEV,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균형있게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량을 '전동화차량'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친환경차 전체가 파워트레인(동력계통)에 배터리, 전기모터가 사용되면서 전기를 동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부장은 자동차가 전동화될수록 부품업체에 큰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전동화차량 주요 부품인 △배터리 팩 △전기모터 △제어기를 모두 생산한다. 또 미래 전동화차량 핵심 기술 'e-Corner(e-코너)' 모듈을 2021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안 부장은 “현재는 엔진 기술력이 뛰어난 완성차 업체가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뛰어난 전동화 기술,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부품업체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변할 것”이라며 “현대모비스도 배터리관리시스템(BMS), e-코너 모듈 등 기술 경쟁력을 높여 시장이 먼저 찾는 회사가 되도록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