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보험사 바이오헬스산업 진출이 본격화된다. 비용절감 수단으로 바이오헬스를 활용하는 단계에서 진화, 산업 플레이어로 참여한다. 하락하는 수익성, 미래 먹거리 부재 속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보험사와 바이오헬스 기업 간 연합전선 구축이 본격화하면서, 산업 시너지까지 기대된다.
보험과 바이오헬스 산업 만남은 '참여의학' 구현에도 힘을 보탠다. 가입자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예방, 정밀의료 구현 모델인 참여의학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주목받는다. 개인주도 건강관리 인식, 보상체계, 기업참여가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궁극적으로 의료비 절감, 국민보건 증진을 구현한다. 고령화 시대, 국가 의료비 부담이 과제인 우리나라에 던지는 메시지가 강하다.
◇'한계 봉착' 보험산업, 새 먹거리가 필요해
보험개발원이 발간한 '2016년도 보험통계연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총자산은 생명보험사 782조1491억원, 손해보험사 252조27억원 등 총 1034조원517억원으로 집계된다. 민간 보험업계 총자산 규모가 1000조원을 돌파했다. 몸집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바닥이다. 2016년 생보업계 운용자산 수익률은 3.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00년(8.9%) 10%대가 무너진 뒤 꾸준히 하락세다. 손해보험업계 수익률은 4%다.
대부분 보험사 보험영업이익은 마이너스다. 투자영업이익으로 손실을 충당한다. 세계적으로 저금리, 저성장 시대가 지속되면서 투자운용수익도 여의치 않다.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의료비 부담도 증가한다. 지급 보험료가 증가하면서 수익성 개선은 더 어렵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이 예정된다. 보험사 부채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전환한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 일부를 적립금으로 쌓는다. IFRS17이 시행되면 회계작성 시점 금리를 토대로 적립금을 쌓아야 한다.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던 생명보험사 부채가 늘어난다. 전통적 보험산업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모멘텀을 발굴하기 어렵다.
◇보험료 절감, 바이오헬스에서 찾다
보험사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줄여야 한다. 질병을 예방하고, 이미 생긴 질병을 빠른 시일 내 치료해 지급 보험료를 줄이는 게 화두다. 실제 2014년 미국 PWC 건강연구원은 당뇨환자를 위한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를 활성화할 경우 환자 당 연간 최대 1만달러 의료비를 절감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 '보험사의 바이오헬스산업 진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는 가입자 건강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미국 건강관리 업체 헬스웨이스는 여론조사 기업 갤럽과 공동으로 웰빙 솔루션을 만들어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 제일생명은 교토대 의과대학, 일본IBM 등과 협업해 인공지능(AI) 기반 건강예측 시스템을 구축했다. 새로운 건강보험 상품, 건강관리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중국 중안보험은 인터넷 업체 텐센트와 혈당 데이터를 분석, 보험료를 조절하는 건강보험 상품 '탕샤오베이'를 출시했다. 작년 11월부터 보험업 대행 자격을 취득한 텐센트는 보험상품에 8000보를 걸을 때마다 포인트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AIA생명은 올해 'AIA바이탈리티'를 출시한다. 사용자가 운동 목표치를 달성하면 음료 교환권, 보험료 할인 등 보상을 준다. 모두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에 따른 지급 보험료 절감이 목적이다.
국내도 비용절감을 위한 보험 상품이 속속 출시된다. 라이나생명은 미국 여행 중인 가입자가 가벼운 건강 이상이 생겼을 때 미국 내 한국인 의사로부터 원격진료 받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만두'를 출시했다. 농협생명은 5000만원 이상 종신보험 계약자에게 진료 예약 대행, 전문 간호사 진료 동행, 치매 자가 진단·예방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한화생명도 연금 보험 월납입금 100만원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 진료 예약, 건강관리 서비스를 지원한다. KB손해보험은 서울성모병원과 협력해 'KB당뇨케어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업계 최초로 대학병원과 제휴해 당뇨 환자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승준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기존 제약사가 신약 개발 한계에 부딪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처럼, 보험사도 성장 가능성이 줄자 바이오헬스 영역에 눈을 돌린다”면서 “지급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제품, 서비스 출시에 집중한다”고 분석했다.
◇리스크 관리부터 투자까지…바이오헬스 플레이어로 등장
비용절감에 집중했던 보험사는 바이오헬스 산업 참여자로 진화한다. 바이오헬스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게 첫 번째다. 국내 제약사가 복제약 유통에서 신약개발로 사업모델을 고도화되면서 생산물, 임상시험 위기관리가 중요해졌다. 임상시험이나 의약품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사는 △임상시험보상보험 △생산물배상책임보험 △생명과학 배상책임보험 등을 출시했다.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임상시험대행 업체 등이 대상이다. 보장 범위로는 복용 부작용, 임상시험 과정에 발생하는 신체상해, 임상시험 대행 중 발생하는 사고 등이다.
개인정보보호 이슈도 보험상품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2014년 소니픽처스는 사이버 공격으로 미개봉 영화, 직원 의료기록, 사회보장 번호 등이 유출됐다. 이 회사는 AIG, 마쉬 등 보험사에 개인정보보호관련 배생책임보험에 가입돼 피해액 60% 가량을 보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헬스 산업 플레이어 역할도 커졌다. 저금리 시대에 금융투자로 수익 확보가 여의치 않다. 유용자산을 활용해 유망 바이오헬스 기업에 투자, 수익을 거두는 투자처 역할을 맡는다.
AXA는 사내 벤처캐피털 'AXA 스트레티직 벤처스'를 설립,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케이론 헬스(원격진료), 웰스(생활습관 변화 플랫폼), 애넘(음주습관 측정) 등이 대표적이다.
AIG는 HCS에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HCS는 웨어러블 기기, AI, 근무환경 정보 등을 결합해 근로자 부상 예방 기기를 개발했다. AIG는 이 솔루션을 활용해 근무환경 개선으로 가입자 건강관리에 도움을 얻었다. 알리안츠는 사내 벤처캐피탈을 설립,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한다.
국내는 2015년 금융위원회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에 따라 보험사 투자 규제를 없앴다.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부동산 투자회사 설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 중 바이오헬스 벤처 투자 사례는 없다.
◇보험-바이오헬스 상생 기대, 참여의학 저변확대 기회
보험사 바이오헬스 산업 참여는 시너지가 예상된다. 거대 자본을 보유한 보험사가 바이오헬스 산업에 참여해 시장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 삼성생명 자산규모는 240조원이 넘는다. 바이오헬스 산업 대표주자인 셀트리온 시가총액 10배에 가깝다. 보험사도 제한적인 수익성, 미래 성장 가치를 바이오헬스에서 찾는다. 이익 실현과 보험 상품에 활용 가능한 도구를 확보한다. 바이오헬스 산업 전반 위기관리 역할을 맡아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한다.
궁극적으로 참여의학 실현을 앞당긴다. 참여의학은 개인 자발적 참여에 의한 공공 보건 확보가 목적이다. 보험사를 매개로 바이오헬스 기업과 소비자 연결성이 강화된다. 소비자는 바이오헬스 산업정보를 제공하고, 보험사는 데이터에 기반한 건강관리 서비스와 인센티브를 준다. 바이오헬스 기업은 보험사와 협업해 소비자에게 제공한 건강관리 서비스, 제품을 개발한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보험사-소비자 인센티브 체계가 완비되지 않았다. 보험사-바이오헬스 기업을 연결할 제도적 고리가 약하다. 국내 의료법과 의료계는 보험사 등 비의료 주체의 헬스케어 참여를 인정하지 않는다. 적절한 협업을 모색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 강력한 개인정보 규제로 개인-보험사-기업 간 정보 교류도 여의치 않다.
유 센터장은 “공공 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도 방향성은 맞지만 지속 가능한 운영은 쉽지 않다”면서 “정부는 바이오헬스 기술로 보험료 절감과 가입자 건강을 도모하는 참여의학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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