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대중은 IT를 토대로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산업분야와 온·오프라인 결합형태 생활서비스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삶에 대한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직업사회 속에서 부는 소위 '워라밸' 열풍은 시간이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해가며 하나의 트렌드화되는 모습이다. 이번 주 '컬처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현 시대 대중이 가장 희망하는 '워라밸'의 역사와 시사점 등을 알아본다.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 IT세계서 진화하다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영문을 줄여 표현한 말로, 해석 그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한다. 이 말은 단순하게 보자면 최근에 등장한 신조어라고 볼 수 있지만, '인간 본연의 삶을 추구한다'라는 본질적인 의미로 살펴보면 그 개념이나 필요성 등이 산업화시대부터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산업화시대 당시의 움직임과 현재의 워라밸 열풍과는 차이가 있다. 산업화시대는 원시사회나 농경사회와는 달리 일정 수준의 생활유지가 가능할 정도로 생산성이 향상됐지만, 사회적 배분이나 공익 안전성 등과 관련해 여전히 생존 우려가 남아있었다. 이에 생존 보장에 무게를 둔 의료보험 등의 사회보장성 제도나 근로기준법 등 법체계들이 대거 등장하며, 초기 형태의 '워라밸' 시대가 이뤄졌다.
산업화시대에 등장한 초기 워라밸은 현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만나 진화하게 된다. 특히 초고속인터넷·인공지능(AI)·로봇·빅데이터 등 첨단 IT 출현과 산업군의 유연화는 산업현장 속 인간에게 자유와 다양성을 부가하며 본연의 삶에 대한 관심을 촉진하는 등 '워라밸' 진화를 부추겼다. 여기에 갈수록 뚜렷해지는 개인화 현상도 개인 삶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며 '워라밸' 진화에 또 다른 동력원이 됐다.

이 결과로 탄생한 현대적 워라밸은 생존을 위한 맹목적인 경제활동보다 능률적인 생산과 인간가치의 추구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목표로 크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개인·기업 등 지엽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회·국가 같은 거시적 부분에 있어서도 하나의 경쟁력으로 손꼽힐 만큼 크게 자리잡고 있다.
◇현대적 워라밸, 근무 탄력성·라이프사이클을 아우르다
앞서 말했듯, 현대적 워라밸은 능률적 생산과 인간가치 추구라는 두 가지 관점을 모두 포괄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대표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방면에서 사회 관념을 바꿔나가고 있다.
먼저 현대적 워라밸은 근무시간 부문에서 탄력성을 부가한다. 사실 근무시간은 직종·직무를 초월해 해당 분야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혀왔다. 하지만 산업군들이 단순생산이 아닌 창의적 업무형태로 변화하면서 장기적 시간투자가 그대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게 됐다. 이에 산업군들은 근무시간에 유연성을 부여해 근무자의 창의력을 북돋우며 능률적인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대기업과 스타트업 중심으로 근무시간 탄력성이 많이 감지된다. 신세계와 롯데, 현대백화점 등 유통계 기업들은 업무시간 이후 PC 셧다운을 기본으로 35시간 근무제(신세계)·시간 외 모바일 업무지시 금지(롯데) 등 다양한 형태의 탄력근무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CJ와 넷마블, LG유플러스(근무시간 이후 및 주말 업무지시 금지), 한화·SK(출퇴근 탄력근무제) 등도 워라밸 정착에 동참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보다 유연하고 파격적인 자세로 워라밸에 임하고 있다. 위드이노베이션(숙박앱 여기어때)은 주 35시간 근무와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출근이라는 파격적인 모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야놀자는 업무 성격에 따른 자율출퇴근제와 함께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을 '놀수(노는 수요일)'로 지정해 사내친목 도모를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주 35시간 근무제와 함께 임신 여직원을 대상으로 한 2시간 단축근무제와 자녀일정에 따른 특별휴가 등을 배정하고 있다.

또 현대적 워라밸은 복지부문에서도 많은 변화를 유도한다. 기존 사내 복지는 급여와 4대 보험 등 업무 관련 영역에서만 금전지급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의 사내 복지는 업무영역을 넘어 개인의 라이프사이클을 반영한 형태로 진화해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웹툰서비스 기업 레진코믹스와 금융앱 '토스'를 운용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숙박앱 '여기어때' 운용사 위드이노베이션 등 스타트업과 온라인 기업에서 많이 지켜볼 수 있다. 이들은 업무장비나 공간최적화와 간식 등 사무실 내 업무영역에서는 물론 도서구입이나 체력단련 등 개인 문화생활을 위한 부분까지 지원하며 '워라밸' 또 다른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국회에서도 개인의 워라밸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기업정책을 입법 추진하는 등 현대적 워라밸 진화는 거듭되는 모습이다.
◇워라밸 열풍, 급진적 행보보다 점진적 발전 필요해
전반적으로 현재 국내 각 산업계에서는 대중적인 워라밸 열풍에 따라 능률적인 기업문화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현 시점에서 국내의 워라벨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먼저 근로자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업무량이나 특성 등에 무관한 강제적인 도입으로 역기능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강제적인 형태의 주 35시간 근무나 PC셧다운 등은 절대적인 업무처리량이 많은 직군에 있어서는 큰 스트레스 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워라밸이 요구된 요인 중 하나인 '번 아웃 증후군(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일상적으로 품게 한다고 본다.
기업영역에서 보자면 반 강제적 형태로 급작스럽게 추진되는 워라밸 때문에 근무시간이나 복지 등 운영비 과다지출에 따른 수익감소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로 신중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들은 기업차원에서의 급작스러운 워라밸 추진보다 전 국가적 차원에서 단계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개인과 기업이 모두 효율적인 시간 관리와 재원활용, 시스템 구축 등에 신경을 써야하는 것은 물론, 국가나 사회구조상에서도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사회계통 한 관계자는 “인간 본연의 행복한 삶을 위해 워라밸은 정말 중요한 이야기고, 당연히 추진돼야하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도입은 개인이나 기업, 국가 모두에게 많은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며 “점진적인 도입을 통해 개인과 기업이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이와 동시에 정부 주도의 지원책과 사회적 용인이 뒤따라야 근본적인 워라밸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