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차량 공유 서비스' 아이디어는 공동창업자 개릿 캠프의 작품이다. 그러나 우버를 거대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고 우버의 기업 문화를 주도한 실질 창업가는 트래비스 캘러닉이다.
논란 속에 지난해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임한 캘러닉은 2010년 우버 CEO 자리에 올랐다. 2014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최고 부자 500명 가운데 190위에 진입했다. 그의 자산은 약 6조7000억원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창업가에게 꿈의 나라라는 것을 보여 준다.
캘러닉은 유대인 어머니와 슬로바니아-오스트리아 태생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미국의 성공한 창업가 통계를 보면 이민자나 이민 2세, 또는 해외에서 오랜 영업을 해 본 사람이 많다.
근래에 주목받고 있는 테슬라의 창업가 엘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스타벅스를 세계 기업으로 키운 하워드 슐츠는 유럽에서 주방기기 영업 사원으로 일했다. 이탈리아에서 고급 커피점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커피 사업에 자신의 미래를 투척했다.
다문화, 다양한 시장의 경험이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글로벌 안목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 창업 투자가 증가했음에도 유니콘 기업이 배출되지 않는 것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혁신 벤처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창업 인재 양성과 고급 두뇌를 유인할 수 있는 이민 정책에서 근본 변화가 필요하다.
캘러닉 또한 성공한 미국의 창업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이클 델,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창업을 위해 명문대를 자퇴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던 그는 파일 공유 서비스 업체 스카우워에 공동 창업자로 합류하기 위해 자퇴했다.
미국의 젊은 천재들은 왜 사업 기회를 위해 과감하게 대학을 포기할까. 성공 사례가 많고, 창업 생태계가 우리보다 발달한 것도 이유일 것이다. 또 하나는 고교 교과 과정에서 창업이 중요한 경제 과목 파트로 교육된다는 점이다. 경제 문외한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 경험마저도 없는 우리나라 젊은이와는 판이하다. 인간은 잘 모르는 것에 용기를 낼 수가 없다.
창업은 생계형과 혁신형 창업으로 나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창업은 생계형 창업이다. 장년층이 자신이 다니던 기업이나 산업의 경험과 인연을 활용하는 관계형 창업도 혁신일 수는 없다. 이런 창업은 젊은이에게 승산이 없다. 그 대신 혁신형 창업, 새로운 기회포착형 사업은 젊은 세대가 앞선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우리나라에 2013년께 만들어졌다. 당시 신기술을 알고 있던 장년층은 먼저 기회를 포착해서 현재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자산가가 됐다. 우리가 혁신형 창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기술을 이해하는 창업 교육을 조기에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전자상거래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소리바다, 넵스터 같은 파일 공유 업체의 운명을 잘 알고 있다. 캘러닉의 스카우워도 같은 운명이었다. 창업 3년 만에 빈털터리가 돼 부모 집에 캥거루족이 되어 들어갔다. 저작권 위반 소송과 11만달러 세금 체납 소송을 당한, 실패한 창업가의 길을 갔다.
캘러닉은 두 번째로 또 다른 파일 공유 스타트 업체 레드 스우시를 창업했다. 이 기업을 2007년 190만달러에 팔아 성공한 창업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2010년 우버 공동창업가로 참여하면서 유니콘 기업의 대표 CEO가 됐다. 캘러닉은 10대부터 시작한 실패를 통해 도전을 겁내지 않는 매우 과감한 공격형 파이터 경영자로 성장했다. 다음 편에서는 그의 공격 스타일이 우버의 성장과 기업 문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본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