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통신서비스 품질 평가에 대한 단상

김용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김용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 통신 서비스 품질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와이파이 등의 품질을 사업자별로 발표했다. 품질은 통신 3사 모두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고, 속도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신 서비스 품질이 대체로 양호하다면 정부가 많은 예산을 들여서 품질 평가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통신사가 경쟁 차원에서 자사의 품질 수준을 높이고 있는데 정부가 왜 품질 평가를 하고 공표를 할까. 사실 지나치게 상세한 품질 평가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지만 품질 평가가 필요한 근본 이유는 따로 있다.

우선 통신 품질은 서비스 이용 약관상의 서비스 수준 협정(SLA) 준수 여부를 파악하는 기준이 된다. 모든 사업자는 어느 정도의 품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는 만큼 실제 제공되는 품질의 주기 파악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대표 지역별, 연도별 사업자 간 품질 비교는 국내 통신사업자 간 품질 경쟁이 어느 정도 일어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간단한 수준의 측정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나아가 통신 서비스 품질 측정은 여러 측면에서 필요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동통신 커버리지(서비스 가능 지역) 관련이다. 대부분 국가는 주파수를 할당할 때 통신사업자로 하여금 몇 년 안에 몇 % 인구가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건을 붙인다.

해당 주파수를 배타로 할당받은 만큼 빠른 시일 안에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 주파수를 효율 높게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이에 따라서 신규 주파수를 이용한 서비스 커버리지를 파악해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EU)도 커버리지 모니터링의 합리화 기준을 모색하고 있다.

둘째 국민의 이용 편의와 관련된 부분이다. 현재 통신 서비스 품질 평가는 대중교통 상의 와이파이에도 이뤄지고 있다. 와이파이는 롱텀에벌루션(LTE) 등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대체하는 수단이다. 많은 이용자가 통신비 절감을 위해 유용하게 활용한다. 와이파이 품질 측정은 통신사업자나 지방자치단체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셋째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과 등산로 및 도서 해안 지역의 이통 커버리지 확대 관련이다. 이통은 편의성으로 말미암아 국민에게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레저 활동 증가로 산악 및 도서 지역의 커버리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정 지역에 이통 기지국이 설치되지 않은 이유는 경제성 부족, 지형 조건 상 설치의 어려움, 환경 보호 등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통 유용성을 감안할 때 점차 인구 희소 지역에도 이통 제공 필요성이 있다. 유사시 인명 구조를 위해서도 원활한 통신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현행 제도의 개선 필요 점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와이파이 품질 측정은 가장 번잡한 시간대인 최번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 출퇴근 시 혼잡한 상황에서 품질을 측정, 서비스가 최번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인구 희소 지역의 커버리지 확대는 지역별 거주 인구 및 유동 인구 통행량 등 통계를 기초로 하여 체계화, 단계 실시를 해야 한다.

망 투자 확대와 서비스 개선에는 비용 분담 문제가 발생한다. 통신사업자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최근 주파수 경매 대금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이통망 확충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방통신위원회는 '모빌리티 펀드Ⅱ'를 조성해 통신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인구 희소 지역에 이통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도 이러한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품질 평가는 품질 경쟁을 도모하고 품질 미흡 지역 투자 유도, 소비자 권리 신장에 기여했다. 이제는 더 합리화한 제도를 도입, 이용자 편익 증진 및 국민 생명 보호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김용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ykk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