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오면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 기능이 먼저 망가진 후 뇌 인지기능 손상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치매 초기 환자들의 후각 기능이 떨어지는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치매 진행을 모니터링하는 기술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전공책임교수는 사람의 감각 기관 가운데 후각 시스템과 뇌의 기능을 다양한 기술과 융합해 뇌질환을 연구하는 뇌과학자다. 최근 문 교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 진행 상황과 후각 기능 이상의 상관관계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전체 치매의 약 70%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도 퇴행성 뇌질환자가 늘어나면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초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았다.
“시장에 출시된 치매 치료제 대부분은 증세 완화와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입니다. 이들 치료제는 치매 발병 초기 적절한 시기에 투여해야 효과를 볼 수 있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문 교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후각 기능 이상에 주목해 중추신경계인 뇌뿐만 아니라 말초신경계인 후각신경계의 연관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쥐를 이용한 치매 모델동물 실험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에서 발견되는 초기 후각기능 이상이 뇌 인지기능 이상을 보이는 생후 14개월보다 빠른 생후 6개월에 이미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치매와 후각기능 이상 간 연관성에 대해 보고된 바는 있지만 구체적 메커니즘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교수는 또 중추신경계 내부에서 발현돼 응집되면 뇌신경세포에 독성을 나타낸다고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가 말초신경계인 후각상피조직 자체에서도 발현돼 응집된다는 것을 관찰했다. 응집된 베타아밀로이드가 후각상피 속 후각신경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 직접적으로 후각기능 상실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문 교수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단계 말초신경계의 베타아밀로이드 발현 메커니즘을 규명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단계에 발병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 것”이라면서 “치매 조기진단법, 치매 치료기술 개발 등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상용화에 나선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 환자의 콧물에서 응집된 베타아밀로이드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고, 치매 환자의 콧물에 응집된 베타아밀로이드 양을 측정해 치매를 스크리닝하는 방법을 특허로 등록했다.
문 교수는 “치매 조기 진단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굴과 치매 조기 탐색 원천기술을 개발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간편하게 진단하는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뇌질환 전문의가 포함된 연구진과 함께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