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5년 만에 다시 '대기업 문제 해결'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세웠다.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을 막기 위해 법 집행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흡한 제도를 개선하는 '김상조 식 재벌개혁'이 본격화 됐다.
28일 최근 수년간의 공정위 신년 업무계획 자료를 확인한 결과 공정위가 대기업 문제 해결을 1순위 과제로 제시한 것은 2013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2013년 공정위는 업무계획에서 최우선 과제로 '대기업집단 폐해 시정'을 제시하고 일감 몰아주기 근절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듬해부터는 대기업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그동안 1순위 과제는 △2014년 '공기업 등의 비정상적 거래관행 시정' △2015년 '하도급 등 불공정거래 빈발분야 시장 감시 강화' △2016년 '소비자가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기반 조성' △2017년 '혁신이 촉진되는 경쟁적 시장 조성'이었다.
2015년부터는 공정위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꺼려 “의지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상조 위원장은 과거 시민단체 활동으로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작년 6월 공정위원장에 취임한 후에는 재벌개혁보다 갑을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지난해 법 위반 대기업 적발·제재 실적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기업집단국 신설, 대기업에 자진개선 요구, 각종 실태조사 등으로 재벌개혁 '준비작업'을 꾸준히 진행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재벌개혁은 올해 본격화 된다. '강한 제재'와 더불어 '제도 개선'을 병행하는 게 특징이다. “몰아치기 식으로 하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 의지가 반영됐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편법 경영권 승계에 이용되고, 중소기업의 거래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표 사례라는 설명이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엄정한 법 집행으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더 이상 시장에서 용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고히 인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브랜드 수수료 수취 실태,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 운영 실태를 조사한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기업의 부당한 전속거래 강요, 기술 탈취 여부도 점검한다. 법 위반 기업 제재와 더불어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제도 개선에 나선다.
재벌개혁을 위한 선결 과제로는 국회 및 타 부처와 협업이 꼽힌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제도 개선 상당수가 법률 개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국회 협조가 절실하다. 상법을 운용하는 법무부 등 타 부처와 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 부위원장은 “재벌개혁은 공정위 혼자서는 안 되고 다른 부처가 같이 추진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이라며 “상속증여세법(기획재정부 소관), 상법(법무부 소관) 등이 개정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